매일신문

[로봇강국 코리아] <9>로봇왕국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청소 미국 로봇에 당하는 수모를… 1인자 명예회복 절치부심

일본 혼다사가 일본 로봇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공개한 신형 아시모.
일본 혼다사가 일본 로봇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공개한 신형 아시모.
일본 정부 주도로 개발한 성장로봇 피노.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이 가능하다.
일본 정부 주도로 개발한 성장로봇 피노.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통이 가능하다.
일본 소니의 로봇강아지 아이보. 1999년 출시된 아이보는 감정을 표현하고, 노래를 부르고, 주인 얼굴을 인식하고, 1천개 이상의 단어를 말하는 등 실물 강아지와 비슷한 기능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일본 소니의 로봇강아지 아이보. 1999년 출시된 아이보는 감정을 표현하고, 노래를 부르고, 주인 얼굴을 인식하고, 1천개 이상의 단어를 말하는 등 실물 강아지와 비슷한 기능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미국 아이로봇사의
미국 아이로봇사의 '팩봇'(맨위)이 찍은 후쿠시마 원전 내부의 모습.

지난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로봇 왕국' 일본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의 폐허속을 뚫고 들어가 오염된 잔해를 제거하고 방사선 지옥을 청소해야할 로봇이 '로봇 왕국' 일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노인을 목욕탕까지 데려갈 로봇은 있었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에 일본을 지킬 로봇은 없었다. 결국 원전사고 현장에는 미국의 로봇들이 투입됐다.

◆'로봇 왕국' 자존심 회복

최근 일본이 땅에 떨어진 로봇 왕국의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일본 혼다기술공업은 지난해 말 6년 만에 개량된 인간형 로봇 '신형 아시모'를 사이타마현 와코시에 있는 기술연구소에서 공개했다. 신형 아시모는 자율행동제어 기술을 탑재해 혼자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고, 이전보다 두 배나 빠른 시속 9㎞로 걷는 것도 가능해졌다. 시연회에서는 뒤로 걷거나 폴짝폴짝 뛰는 것은 물론, 손가락으로 수화를 하고 보온병의 뚜껑을 열고 잔에 물을 자연스럽게 따르는 능력을 과시했다. 초음파와 카메라, 적외선 레이저를 조합시킨 세 개의 센서로 바닥과 주변의 상황을 인식해 음식물을 탑재한 짐을 나르거나 인간의 움직임에 맞도록 방문객을 맞이하는 모습은 '로봇 왕국'의 귀환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신형 아시모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절치부심해온 일본이 명예 회복을 위해 내놓은 해답이다.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수 있는 데다, 작업용 밸브를 잠그거나 푸는 등 기존보다 훨씬 복잡한 작업을 할 수 있는 팔을 가져 원전사고 등이 재발할 경우 즉각 투입이 가능하다. 아시모는 또 얼굴 인식과 목소리 판별을 통해 동시에 3명의 지시를 알아들을 수 있고, 공간 센서를 이용해 마주 오는 사람을 피해 걸을 수도 있다.

혼다의 이토 다카노부 사장은 "아시모에 적용된 기술은 제2의 '후쿠시마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개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비스 로봇 '눈독'

구겨진 자존심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로봇 강국이다. 신형 아시모의 경우처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세계 최강임을 증명할 수 있다. 특히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는 부동의 세계 1위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은 '메이드인 재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같은 저력을 바탕으로 유럽발 금융 위기 등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일본의 로봇산업만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일본 산업용 로봇 출하액은 국내외를 합쳐 5천570억엔으로 2008년 6천500억엔 수준으로 V자형 회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62%에서 73%로 급증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으로의 수출이 늘어났다. 일본로봇공업회(JARA)에 따르면 2011년 산업용 로봇 출하 실적(46개 회원사)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4천813억엔이다. 수주액 역시 전년 대비 5.4% 증가한 4천735억엔, 생산액은 9.2%증가한 4천892억엔으로 2년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5% 정도 증가한 6천300억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산업용 로봇 기술을 서비스 로봇 분야로 확장시키고 있다. 아직 시장조차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서비스 부문을 겨냥해 자동차와 전자, 기계산업에서 확보한 최첨단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복지와 의료, 안전, 통신과 엔터테인먼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봇 개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로봇공업회 히로시 후지와라 전무는 "서비스 로봇은 일본 로봇산업이 지향하는 '블루오션'이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으로서는 복지와 서비스 분야 로봇이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풀 수 있는 해법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기업 주도 '주효'

일본 로봇의 저력은 정부와 대기업의 관심과 투자에서 나온다.

일본은 혼다, 소니, 마쓰시타, 후지쓰 등 이름이 알려진 유명 대기업이면 어김없이 로봇에 손을 대고 있다. 혼다는 이미 20년 전부터 인간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를 해오고 있다. 2000년 '아시모' 개발 이후 지금까지도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소니는 1999년 인공지능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출시, 전 세계적으로 11만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에스디아르'(SDR)를 개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히타치, 미쓰비시, JVC, 산요, NEC, 도시바, 후지쓰 등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다.

정부도 로봇 원천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산하 과학기술연구소(AIST) 주도로 1998년부터 인간형 로봇 프로젝트(HRP)를 진행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로봇 지능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벌여 로봇 '피노'를 개발했고 2004년부터 네트워크 기반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서진호 본부장은 "로봇산업 육성에 대한 일본 정부와 대기업의 의지는 확고하다. 특히 기존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서비스 로봇으로까지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로봇 메카를 꿈꾸는 대구경북으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고 경계했다.

최창희기자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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