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출가와 가출

우리는 익숙함에 오래도록 길들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 있는 아주 익숙한 사물이나 사람의 참된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더욱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사물의 진실을 헤아리지 못할 때도 있다. 이웃과 따스한 정을 나누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며, 가난한 이들과 친교를 맺고, 외롭게 사는 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우리의 평범한 하루하루 생활에서는 소중한 체험들이다.

"불가에 출가하여 중이 된 뒤에는 법명을 휴정이라 부르고 당호를 청허당이라 불렀다." "어머니는 가출한 아들이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렵자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 그는 가출을 감행하였다."

앞서의 예문에 나오는 '출가'와 '가출'에 대해 알아보자.

'출가'(出家)는 집을 떠나가다, 번뇌에 얽매인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성자의 수행 생활에 들어가다, 세간을 떠나서 수도원으로 들어가다라는 뜻이며, '가출'(家出)은 가정을 버리고 집을 나가다라는 의미이다. '출가'는 어떤 큰 뜻을 목적으로 하여 집을 떠나는 것이고, '가출'은 다만 집을 나가는 것에 목적이 있다. '출가'는 내적 자유를 위해 세속적인 인연과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집을 떠나는 것이기에 종교적 의미가, '가출'은 어떤 짐이나 문제를 벗어 버리려고 집을 나가는 것이기에 도피적인 의미가 강하다.

'가출' '출가'처럼 '관습' '습관'도 똑같이 한자를 앞뒤로 바꾼 것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다르다.

'습관'(習慣)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을, '관습'(慣習)은 어떤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 내려와 그 사회 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을 뜻한다. "그는 어려서부터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은 우리의 고래의 관습으로 보아 크게 예를 잃는 것이라 할 수 있다."로 쓰인다. '습관'은 개인이 습득한 개개의 상습적인 행위, '관습'은 일반적으로 어떤 특정의 사회 또는 사회적 집단 속에서 전통적으로, 그 구성원의 대다수에 의해 상습적으로 수행되고 승인되어 온 행동 양식 전반을 의미한다.

스테레오타입은 어떤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고정된 견해와 사고를 뜻한다. 사람들이 이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사물이나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먼저 판단과 정의를 내리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쉽지 않다.

나쁜 습관과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라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는 게 힘들 뿐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집'(執)에서, 집착(執着)에서 빠져나오는 출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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