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플 '특허세' 위기…삼성 판매금지 '후폭풍' 예고

삼성vs애플 대결 패배

삼성전자와 애플 간에 벌어진 '세기의 대결'에서 애플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미국시장 진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며 향후 차세대 스마트폰 경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애플 특허세 인정으로 스마트폰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판결에선 승리, 미국에선 대패

이달 24일 열린 국내 법원의 판결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몇 시간 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정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명암은 엇갈렸다.

미국 법정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 소송 1심 평결심에서 9명의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며 10억4천934만3천540달러(약 1조1천910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반면 애플은 삼성의 특허를 단 한 건도 침해하지 않아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애플의 압승이었다. 배심원단은 이날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3건과 기술 특허 3건에 대해 침해를 인정, 애플이 주장한 특허침해 7건 중 6건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제소한 애플의 삼성전자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모두 기각했다.

이번 재판의 재판장인 루시 고 판사는 배심원의 평결에 대한 양측 변호인들의 이의 제기 등을 거쳐 이르면 한 달 이내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장은 대개 배심원단의 평결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판사가 배심원단의 평결을 뒤집으려면 확실한 법적, 절차적 하자를 제시했을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 판매 중단 위기

미국 소송에서 배심원들이 애플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악의 경우 미국 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게 됐다. 이번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3'는 제외됐지만, 본안 소송 판결에서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결론이 난 만큼 애플이 추가 소송이나 별도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 삼성전자가 극히 불리한 상황이 된다.

애플은 갤럭시탭 10.1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조치를 영구화하고 이 판매금지 조치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으로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재판부가 이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애플의 추가적인 요구로 인해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SA(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미국 스마트폰시장 규모는 2천380만 대로 1억4천610만 대 규모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6%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오명을 안계 돼 브랜드 이미지가 다른 나라에서의 영업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영업을 계속 하려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디자인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됐다.

그러나 애플의 디자인 특허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으로 두께가 얇고 전면이 평평하다'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을 담고 있어 이 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스마트폰'태블릿PC를 만드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도 업계에서는 나온다.

한 휴대폰 부품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수출 증감이 국내 휴대폰 부품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서 국내 휴대폰 업계에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 특허세로 가격 인상 위기

'애플특허세(稅)'로 인해 전 세계 모바일 기기 가격이 상승할 처지에 놓였다. 애플은 삼성에 스마트폰 한 대당 30달러의 특허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특허세를 물게 되면 덩달아 스마트폰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삼성뿐 아니라 LG전자'모토로라 등 이 기술을 적용한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IT 전문 온라인매체인 씨넷은 "구글이 가장 큰 패배자"라며 "삼성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는 돈 낼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배심원단 평결 직후 "제품의 가격 상승을 유발시켜 소비자와 시장에 불이익을 끼칠 것이다"며 "글로벌 IT업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애플이 관련 특허를 라이선스 계약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경우 제조업체들이 우회적 방법을 써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레컨 애널리틱스의 로저 엔트너 분석가는 "제조업체들이 디자인을 새로 개발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해결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호무역주의 주의

이번 삼성전자와 애플의 판결로 인해 국내 기업들 사이에 보호무역주의를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로 해석될 수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한국과 미국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듯한 판결이 나오는가 하면 관세와 수입 규제로 한국 기업을 차별하려는 모양새도 보이고 있다.

이번 미국 판결은 최근 영국이나 독일, 네덜란드, 한국의 판결 결과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신청한 증거와 확보한 증언을 재판부가 잇따라 기각했던 것과 이번 배심원의 평결을 봤을 때 자국 기업의 유불리를 따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상무부가 최근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덤핑 예비 판정을 내린 것도 보호무역주의와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에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규제를 요청한 것 역시 한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보호무역주의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해외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고 과도하게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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