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속방지 구불구불한 길에 '곡예 운전'…봉삼중앙길 불법주차 몸살

대형차량 차로 지키기 힘들어…보행환경 조성 헛물

26일 오후 대구시 남구 봉덕동 봉삼중앙길. '불법 주'정차를 단속한다'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지만 양쪽 인도엔 속칭 '개구리 주차'(인도에 차체 일부를 걸친 주차) 차량이 점령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상황은 더욱 악화돼 도로 양쪽이 완전 주차장으로 변했다. 인근 봉덕시장과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너도나도 이곳에 불법 주차하며 차로까지 점령한 것.

그런데 이곳은 다름 아닌 남구청이 수십억원을 들여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사업'을 벌인 곳이어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보행 환경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인도와 차도를 모두 점령해 오히려 더욱 불편해지고 위험해졌다"며 "구청이 예산만 낭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 봉덕동 '봉삼중앙길'이 불법 주차와 구불구불한 도로 구조 탓에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모두 위협하고 있다.

이곳은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어 교통사고가 빈번해 남구청이 지난해 사업비 38억원을 들여 보도 확보와 가로등 설치, 한전설비 지중화 등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 사업을 벌였지만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는 것.

보다 못한 남부경찰서가 불법주차를 할 수 없도록 경계석 높이를 높일 것을 남구청에 요구했지만 남구청은 오히려 개구리 주차가 가능한 높이인 10㎝로 경계석 높이를 낮췄다.

주민 장후동(56'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퇴근시간대가 되면 개구리 주차에 불법 이중주차로 이곳 인도, 도로가 가관"이라며 "인도 폭은 지나치게 넓고 차도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점령당해 차가 지나가지도 못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뿐 아니라 구불구불한 차도 모양도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청이 과속 방지를 막는다는 이유로 도로를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란 것.

그렇지만 운전자들은 도로 모양대로 운전하지 않고 대부분 중앙선을 넘나들면서 일직선으로 차를 모는가 하면 버스나 화물차 등 대형차량은 차로를 지키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실정이다.

운전자 이모(41) 씨는 "법규를 지키기 위해 굽은 길을 곡예 운전하듯 운행하려니 일직선 도로보다 더 위험하다"면서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수(21'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조성 사업에만 신경을 쓰고 관리는 전혀 하지 않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며 "불법 주'정차를 막고 통행 속도를 제한하려면 단속을 강화하거나 과속방지턱 또는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는데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남구청 교통과 한 관계자는 "인근 대봉로 보행길 조성 공사가 끝나는 다음 달부터 봉삼중앙길 개구리 주차를 단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구청 건설방재과 관계자도 "한전 지중화 사업에 따라 배전 박스를 인도에 설치하다 보니 구간에 따라 보도 폭이 넓어진 것"이라며 "안전속도에 따른 주행을 유도하기 위해 감시카메라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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