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배모(49)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진만)는 7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배 씨가 골동품업자 조모(67) 씨로부터 해례본을 훔쳤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앞서 민사소송에서 해례본이 조 씨의 소유로 판결났던 만큼 이번 항소심 판결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원심에서 하지 않았던 증인 3명을 재판부 직권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여러 증거를 추가로 조사했지만 원심 유죄 판단과 민사 판결에 근거가 된 증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배 씨의 진술에도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유죄로 보긴 어렵다. 유죄를 선고하려면 공소 사실이 강하게 입증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민사소송에서 조사하지 않은 사실을 이번 재판에선 조사했고 민사에선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지 않았던 것도 민사소송에서 배 씨가 패소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 진술이 사실이라거나 해례본이 피고인 소유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배 씨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 2심에서 15년을 구형받았다.
한편 이진만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후 배 씨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이 재판 결과와는 관계없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햇빛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 해례본 공개는 역사와 인류를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이 사건을 위해 재판부가 직권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해례본을 공개하고 국가의 전문기관에 맡겨 연구되고 잘 보존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배 씨는 "책임지고 그렇게 하겠다. 바로 조치하겠다. 해례본 외에도 국보급이 몇 개 더 있는데 책임 한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공개)을 다 하겠다"고 답해 해례본이 조만간 공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골동품업자 조 씨는 배 씨가 자신의 해례본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 대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았지만 배 씨는 절도 사실을 부인하며 해례본 상주본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조 씨는 실물 없이 해례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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