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일기] 런닝맨 놀이

우리 반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런닝맨 놀이를 즐겨 합니다. 한 번은 런닝맨을 활용, 체육 수업을 하기로 약속하고 칠판에 '러닝맨'이라고 적어 놓으니 똑똑한 윤희가 저보고 맞춤법이 틀렸다고 지적합니다. "선생님, '러닝맨'이 아니라 '런닝맨'이에요." 런닝맨과 러닝맨의 발음을 도통 구분하지 못하는 제가 답답한지 아이들이 '런닝맨'이라고 몇 번이나 재차 가르쳐 줍니다. "러닝맨이 아니라 런닝맨이 맞다고? 러닝맨 아니야?" 아이들은 제가 조금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모두들 끄덕끄덕 합니다. 저를 제대로 가르쳤다는 자부심으로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번집니다.

런닝맨 놀이를 하면서 체육 시간 내내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잘 놉니다. 저희들만의 규칙도 만들고, 서로 문제를 협의해 해결하고,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도 잘 만들어 냅니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아니라 다양한 즐거움이 함께 한 런닝맨 체육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체육을 참 못했습니다. 고백하건데 저는 운동회 달리기에서 꼴찌를 놓쳐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체육 시간을 싫어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우리 아이들이 체육 수업 속에서 신체적으로 건강함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규칙을 익히면서 협력하는 사회성을 길렀으면 좋겠고, 힘든 것도 이길 수 있는 인내심도 길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멋진 'Running Man'이자 'Learning Man'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반은 매달 자신의 '벗바리'를 뽑습니다. 벗바리는 우리 학급의 이름이자 규칙입니다. 예전에는 그것을 '마니또'라고 불렀지요. 벗바리는 서로를 돕고 조금 더 배려하는 학급 문화가 조성될 수 있기를 바라는 제 작은 희망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 명 자신의 벗바리를 지정해 친구들이 눈치 채지 않게 자신의 벗바리를 몰래 도와주는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자신의 벗바리에 대한 칭찬과 자신이 그 친구를 위해서 무엇을 도와주었는지 학급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했습니다.

이번 달에는 우리 반 장난꾸러기 성균이와 민지가 참 정겹게 칭찬하는 글을 썼습니다. '민지는 런닝맨을 할 때 죽으면 가끔 나한테 자기 부활권을 주기도 합니다.'(이성균) '제 마니또 성균이를 칭찬합니다. 왜냐하면 게임(런닝맨)을 할 때 자신의 팀이나 잘 못하는 친구를 보호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 못하는 친구들도 게임을 오래 할 수 있습니다.'(김민지)

학부모와 교사들의 칭찬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부를 잘한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다' '수업 시간에 발표를 잘한다'와 같은 학업 능력과 수업 태도에 관한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친구들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그와는 다릅니다. 런닝맨에서 부활권을 주어서 살려주고, 게임을 잘하지 못하는 친구를 보호해주는 것이 그들의 세상에서는 정말 고맙고 칭찬하고 싶은 일입니다. 놀이 속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타인과 어울리고 무엇을 배려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게 됩니다.

오늘도 우리 반 학생들은 열심히 런닝맨을 하며 뛰어 놉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런닝맨입니다.

최혜선 본리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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