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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차일피일 횡단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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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보고 걷는 사람/ 하늘을 보고 걷는 사람/ 앞을 주시하며 당당히 걷는 사람/ 어깨에 힘이 빠진 사람/ 목에 힘을 주고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 근심과 수심이 가득한 사람/ 밝고 명랑한 사람….

어느 시인이 횡단보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쓴 시다. 시인은 이런 횡단보도의 모습을 '각색되지 않은 연극'이라고 했다. '일이 분 펼쳐지는 횡단보도의 인생 무대는 삶의 진지함이 묻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논리다. 달리 해석하면 횡단보도란 도시인들에게 일종의 '정신적 쉼터'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목표하는 곳을 향해 바삐 걸어가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 신호등에 걸려 잠시 걸음을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신호를 기다리면서 자신만의 상념에 빠져들거나 그제야 스스로를 돌아보는 짬을 갖게 된다. 신호가 바뀌면 또다시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하기에 그 짧은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 횡단보도는 '실질적인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고맙고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대구시가 한일극장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랜 논란 끝에 나온 결정이기에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그보다는 분노의 감정이 훨씬 앞서는 것은 왜일까. 4년 동안 밀고 당기는 논란을 현장에서 지켜본 필자로서는 너무나 허망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을 차일피일 끌면서 제대로 하지 않은 대구시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구시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중앙로 지하상가 상인들의 반대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만, 상인들을 설득하고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했더라면 일찌감치 해결됐을 일이었다. '교통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공무원이 몇 명만 있었더라면 손쉽게 해결됐을 문제였다. 이 사안은 상인과 시민단체 간의 다툼이 아니라 신념과 무개념의 충돌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대구시의 '차일피일 행정' 내지 '미적미적 행정'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해도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도로 중앙에 페인트로 줄 하나 긋는 것에 무려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하면 누구나 코웃음 칠 일이다. 대구시의 이런 행태로는 선진 도시로 나아가기 요원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좀 더 분발하는 대구시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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