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의 힘 - 김상미
주름이 하나 더 늘었다
손가락으로 만져본다
따뜻하다
고뇌가 사랑보다 몸에 더 많은
흔적을 남기는 걸까?
아님 사랑이 고뇌보다 몸에 더 많은
흔적을 남기는 걸까?
꿈꾸듯 거울 속의 나를 본다
저 몸속에서 얼마나 많은 약속들이 꿈들이
힘겹게 뜨겁게 운명의 호미를 들고 고랑을 팠을까
그리고 그 고랑에서 나는 또 얼마나 자주
주저앉고 도망치고 또 일어서려 애썼을까
그 불꽃들이 모여 주름이 되었다는 게
이제는 아프지 않다
나무늘보가 천천히 마음씨 좋은 미소로
나무에 매달리듯
어느 날 문득 깨닫는 늙어감의 미학!
얼마나 멋진 발견인가?
빨리 정신을 차리든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든
상관없이
자연스레
내면을 조용히 재편성하는 연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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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시는 잠시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어느 시인은 아무 반성 없이 돌아가는 이 세계라는 기계에 모래를 던지라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주름이 느는 것, 늙어간다는 것으로부터 달아나려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늙어감의 가치에 대해 말합니다. 철이 들거나 말거나 모든 사람에게 내면의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연륜의 힘을!
박현수<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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