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대강 및 국토 종주를 시작하려고 지난해 5월 12일 안동댐으로 향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첫 페달질을 시작했다. 5월의 풋풋한 아침공기와 시작된 나의 자전거 여행은 그렇게 달리고 있었다. 차로 달렸던 그 길과 그 강물들은 많은 변화를 주어서 그런지 새롭게 와 닿았다. 예쁘게 단장된 공원과 웅장하게 설치된 보들은 가슴 벅차게 반겨 주었다.
한마디로 '와' 하는 감탄사만 터져나왔다. 상주낙단보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나들이를 하면서 사진도 찍으며 추억을 담는 모습이 예뻤다. 서울에서 내려온 두 청년은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서 달리고 있었고, 가족들끼리 라이딩 하는 풍경은 아름다웠다. 중간중간 휴식 때는 너와 나 따로 없고 남녀노소가 없고 지역도 따로 없었다.
가지고 온 간식을 나누어 주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서로 격려하며 안전 라이딩을 바라면서 잠시나마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공원에는 텐트를 치고 식사 중인 가족들의 모습, 농구하는 아버지와 아들, 때론 뱀이 출현해 놀라게도 했다.
특히 낙동강 하구둑에서 부자가 함께 낚시하는 모습은 이제까지 내가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본 추억들 중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모습이었다. 처음본 분들도 "반갑습니다""조심하세요" 하면서 나누는 짧은 인사는 나의 힘든 몸과 마음을 다 달래주는 활력소였다. 비닐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손 흔들어 주신 아저씨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시작된 자전거와 여행은 오후 늦게 강정고령보에 도착했다. 때마침 강정고령보에서는 야외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신나는 음악에 나는 한 손에는 자전거를 잡고 한 손으로는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왜 부끄럽지가 않고 행복한 것일까. 이것이 여행의 묘미인가보다.
때로는 지루하고, 때로는 힘든 오르막도 오르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한낮에는 무더위로 고생도 하지만 그 또한 나의 동반지이고 자전거 여행이 주는 묘한 매력인 것 같다.
또 카메라에 담아 올 수 없는 것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오는 기쁨도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다. 말없이 끝까지 같이 달려준 자연의 풍광에 너무나 많은 것을 얻어 가기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차로 달릴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자전거를 타면서 느끼고, 보고, 담아온다. 새삼 몰랐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비록 몸은 지쳐서 힘들지만 그래도 그날 하루를 생각해보면 행복감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내일 또 자전거와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내 모습에 나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 웃음과 행복은 바로 나의 애마(자전거)가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자전거와 여행을 떠날 것이다.
윤혜정(자전기타기운동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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