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연금에 손대지 말라

대통령직 인수위가 결국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할 기초연금을 위해 국민연금에 손을 벌릴 모양새다. 인수위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하고 내년부터 거두게 될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를 기초연금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387조 원가량 쌓여 있는 국민연금엔 손을 대지 않겠지만 내년부터 거둘 국민연금에서 1조~2조 원을 떼어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당초 기초연금 재원을 국민연금서 빼오는 방안을 모색했지만 거센 여론의 반대에 부닥치자 국민연금서 빼오는 규모와 시기를 축소한 방안을 마련했다.

인수위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초 검토했던 안이나 새로 검토하고 있는 안 모두 국민연금을 기초연금 재원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발상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디 다른 데서 빼오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던 원칙에도 어긋난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은 지금 수지로 봤을 때도 오는 2040년대에 정점을 찍은 후 2060년이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지속 내지 가속화되면 기금 고갈 시기는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을 지금부터 잘 보존 관리하더라도 미래 세대는 소외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돈을 내어 적립한 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사회보험이다. 당연히 그 주인은 현재 보험료를 적립하고 있는 국민이다. 그런 기금을 주인의 허락 없이 헐어 쓰겠다는 것은 꼬박꼬박 기금을 낸 가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나아가 노후 안정적 연금 지급이란 틀을 흔들어 사회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인수위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 손쉽게 재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