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일 오후 대구 중구 종로 2가 진골목 입구. 어른 2명 정도가 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자 건물 밖에 설치된 LPG통 2개가 눈에 띄었다. 건물 벽에는 낡은 전기선이 어지럽게 얽혀 있었다. 몇 걸음 더 들어가자 '위험 고압가스'라고 쓰인 고압가스 용기가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오래된 목조건물 안에 들어선 소규모 식당 수십여 개가 다닥다닥 붙은 진골목에서 LPG통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나무판자 뒤에 가스통이 숨겨져 있는가 하면 문이 열린 녹슨 고압가스 용기 안에 가스통을 보관하는 식당도 있었다. 작은 불씨에도 큰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2. 같은 시각 대구 중구 태평로2가 북성공구골목 주변 여인숙과 쪽방촌 건물 대부분은 목조건물이었다. 건물 대부분이 지은 지 50년 안팎의 낡은 건물들이었다. 문제는 다닥다닥 붙어 있어 자칫 불이라도 나면 옆 건물로 옮아 붙기 쉬운 구조라는 것. 공구골목 입구나 공구상들이 모여 있는 주도로는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다 하더라도 골목길이 좁은 데다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정확한 발화지점을 찾기도 힘들어 보였다.
대구 대표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구 중구 진골목, 향촌동 등 목조건물이 많은 대구 도심지역이 화재에 무방비 상태다.
불이 날 경우 18일 서울에서 발생한 인사동 화재 사건과 같은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지만 소방차가 접근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골목은 대구 중구청이 자랑하는 골목투어 활성화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진골목은 좁고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다. 길이 200m, 폭 2m의 진골목에는 10개의 목조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중 1928년에 건립된 화교협회는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골목투어를 다녀간 6만2천여 명 중 5만 명이 진골목을 다녀갔다. 이처럼 유동인구가 많지만 중구청은 진골목 소방대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골목 출구와 입구 인근에 설치된 소화전 2개가 불에 맞설 유일한 무기다.
중구 향촌동과 북성로 공구골목 등에 즐비한 목조건물들도 화재에 무방비인 것은 마찬가지. 설상가상으로 공구골목에 입점해 있는 가게들 중 페인트나 시너 등을 취급하는 상점도 많았다. 자칫 불이 나면 시너가 불쏘시개 역할을 해 불을 키울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러나 화재 예방을 위한 장비나 시설은 부족한 실정이다. 향촌동과 북성로 주변에 옥외 소화전과 같은 공용소방시설은 찾을 수 없었고, 소화기를 두고 있는 식당도 많지 않았다.
설령 소방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건물에 손을 대고 싶어도 북성로와 향촌동 일대가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시설 개'보수에 제약이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진골목을 비롯해 향촌동과 북성로는 화재경계지구 지정에도 제외돼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화재경계지구로 설정된 곳은 서문시장, 교동시장, 남문시장, 칠성시장,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일명 '자갈마당'), 동화사 등 총 6곳이다.
향촌동과 북성로는 시장, 공장 창고 밀집지역, 목조건물 밀집지역, 위험물 저장'처리시설 밀집지역 등 화재경계지구 설정 기준에 부합하지만 소방차가 근접 가능하다는 이유로 설정에서 제외됐다.
대구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시장지역은 예전부터 화재경계지구로 많이 검토돼 왔던 곳이지만 향촌동과 북성로는 소방차가 길가에 접근해서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에 지정을 따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키워드
화재경계지구=화재 발생 우려가 크거나 화재 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묶어 관리하는 것이다.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되면 소방안전교육이나 화재안전 훈련 등으로 평소 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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