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임 5일째…日에 '과거사·위안부 반성' 강력 요구

박 대통령 첫 3·1절 기념사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공식행사인 3'1절 기념식에서 밝힌 기념사는 새 정부 5년간의 대일 외교정책의 기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독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과 북핵문제로 꼬여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졌다. 일본에 대해 "역사는 자기 성찰의 거울이자 희망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전제하고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역사도 마찬가지이며 역사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이루어질 때 공동 번영의 미래도 함께 열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 없이는 한일관계의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단호하게 밝혔다는 데서 강력한 경고의 성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5년 전 "역사의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길을 늦출 수는 없다"며 유연한 입장을 밝히고 나섰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도 확연하게 다르다.

일본은 최근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차관급 인사가 참석하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28일 국회 연설을 통해 "독도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하는 등 독도 도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일본 메시지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 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한마디에도 함축돼 있다. 과거사와 위안부 및 한일 관계의 과거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자세 변화 없이는 한일 관계의 미래도 없다는 뜻이다.

일본 외무상이 독도문제에 대한 망언을 계속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수위조절을 하는 등 고심한 흔적도 엿보인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와 협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및 아시아, 대양주 국가 등 역내 국가들과 더욱 돈독히 신뢰를 쌓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일 양국 간에는 갈등보다는 협력이 더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이 아픈 과거를 하루빨리 치유하고 공영의 미래로 함께 나갈 수 있도록,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 지도자의 결단을 촉구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재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핵개발과 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고립과 고통만 커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을 요구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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