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전 의식 없는 기업을 누가 신뢰하겠나

당국이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대해 특별 감독한 결과 안전 규정 위반이 무려 1천934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불산이 섞인 유독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난 구미 LG실트론 공장도 즉시 신고 규정을 무시하고 16시간 넘게 쉬쉬하다 큰 말썽을 빚고 있다. 유독 물질을 다루는 국내 기업들의 안전 불감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안전 관리는 말 그대로 낙제점이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약 2천 건이나 될 수 있는지 납득이 안 된다. 규정 위반이 이처럼 광범위하다면 기본적인 안전시설은 물론 안전 관리가 아예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기업들의 안전 의식이 이러니 최근 잇따른 유독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평소 철저히 관리 감독을 해야 할 당국 또한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성공장 불산 사고와 관련, 어저께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사고가 터진 후 백번 사과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중요한 것은 철저한 안전 의식과 안전 관리를 통한 산업 재해 예방이다. 산업체 사고는 당장 직원들이 피해자가 되고 국민 불안 등 그 여파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순히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이 안전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요행만을 바라다 사고를 내고는 기업 이미지만 따지는 것은 지극히 비열하고 이기적인 발상이다. 안전시설이 부실한 작업장에는 근로자를 아예 들여보내지 않는 선진국들의 사례를 좋은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심각한 안전 불감증과 부실한 안전 관리가 되레 성장을 저해하고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임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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