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읍성길∼어가길 북성로, 문화路 살아난다

'문화예술 놀이터' 조성 근대 박물관으로…예술 창작 공간 재 탄생

일제강점기 일본인 상가 밀집지역에서 대구 최대 산업공구 골목으로 번성한 대구 북성로가 역사
일제강점기 일본인 상가 밀집지역에서 대구 최대 산업공구 골목으로 번성한 대구 북성로가 역사'문화 자산을 한 곳에 모아 대구의 근대 문화유산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북성로 대구예술발전소 뒤편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건물. 매일신문 자료사진

대구 중구 북성로 일대가 문화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상가 밀집지역에서 대구 최대 산업공구 골목으로 번성한 뒤 역사'문화 자산을 한 곳에 모은 대구의 근대 문화유산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는 것.

◆문화'예술 놀이터

KT&G 대구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를 리모델링한 대구예술발전소가 이달 8일 수창동에서 문화 행사 개최와 함께 문을 연다.

대구예술발전소는 일제강점기에는 전매청이라고 불렸다. 대구시는 옛 담배공장을 예술 전시'창작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전시실, 공연장, 창작 공간이 마련된 이곳은 신진 작가들의 도전적이고 창의적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예술 실험장으로 활용된다.

인근 중구 태평로 대구시민회관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올 하반기 문을 연다. 대구시민회관은 1975년 설립됐지만 시설 노후화로 적자 운영을 이어오다 2009년 콘서트 전문 공연장으로 변신을 꾀했다.

올 하반기 새 단장을 마치는 대구시민회관은 각종 행사'전시를 주관해 대구예술발전소와 함께 대구 도심 문화벨트 조성을 이끌 방침이다. 북성로 일대가 일반인들도 와서 보고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놀이터'로 변신하게 되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북성로가 대구의 역사'예술'문화가 어울리는 '근대특별시 대구'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며 "북성로의 변화가 중앙로와 동성로의 활력을 대구읍성 내부로 유입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근대 박물관

공구골목 뒤안길로 사라진 북성로의 옛 자취가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에 상권을 빼앗겨야 했던 조선 상인들의 한과 강제로 순행 길에 올라야 했던 순종 황제의 비통함이 서리어 있는 북성로 일대가 '살아있는 근대 박물관'으로 재탄생한다.

1907년 북쪽 대구읍성 철거와 함께 흔적을 감춘 망경루(望京褸)와 공북문(拱北門)이 옛 모습을 재현하는 상징물로 옛 터에 되살아난다. 망경루는 대구읍성 4누각 가운데 하나로 현재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맞은편에, 공북문은 북성로 신아산업사 옆 골목에 있었다. 동'서'남'북 4개 성곽길을 따라가는 보행로에는 옛 읍성을 표현하는 바닥길이 조성돼 읍성을 거니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북성로에 남아있는 노후화한 근대 건축물들도 새 옷으로 갈아입어 거리에 생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북성로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순종이 다녀간 어가길로 이어진다. 중구청은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에 따라 어가길 일대를 역사'문화거리로 꾸밀 계획이다. 왕실의 의복에 주로 사용된 오야꽃 문양을 새길 어가길은 수창초교 앞을 지나 달성공원까지 향한다. 수창초교의 낡은 담장은 어가길 역사를 표현한 갤러리 담장으로 교체된다. 흔적조차 알 수 없는 어가길 입구와 민족지사 양성소였던 우현서루터(현 대구은행 북성로지점), 국채보상운동 발원지 광문사터(현 수창초교 후문 대성사 자리)에는 옛 이야기를 담은 게시물을 설치한 쌈지공원이 조성된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읍성길과 어가길을 잇는 '북성로 역사문화벨트'를 대구 근대 골목투어 코스로 만들어 사람들을 그러모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불법 주차, 상인 반감 등 풀어야

북성로가 옛 명성을 되찾아 '역사문화벨트'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이달 1일 오후 북성로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북성로와 태평로를 연결하는 이면도로는 양방통행으로 운영되지만 폭이 좁아 차량의 교행이 어려웠다. 길가에 늘어놓은 상가 물건과 공구 제조 기계들은 좁은 거리를 더욱 좁게 만들었으며, 거리 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공구 도매상권 지역으로 기능 했던 북성로를 보행 특화거리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상인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합의점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다.

대구 중구청은 차량 진입이 많은 종로와 약령시 한방특구에 수십억원을 들여 가로환경 개선 사업을 했지만 차량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깨진 보도블록들과 불법 주차 차량은 거리의 흉물이 됐다. 북성로 가로 환경을 정비한다고 해도 불법 주차 문제, 노상에 늘어선 물건 등 남은 숙제를 풀지 못하면 북성로를 찾는 사람들의 눈살을 오히려 찌푸리게 할 수 있다.

윤순영 중구청장은 "북성로가 간직한 대구 근대 역사'문화자산에 색을 입혀 대구읍성을 중심으로 한 대구 근대역사문화벨트를 완성해 도심 재생의 모범사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키워드

북성로=1907년 대구판관 박중양은 대구읍성 밖에 살던 일본인 상인 800여 명의 상권 확장을 위해 읍성을 허물고 신작로를 만들었다. 북쪽 성을 허물고 난 신작로가 지금의 북성로다. 이후 북성로는 일본인 상권지로 도약, 당시 대구 최대의 번화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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