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우승을 내걸고 출항한 류중일호가 8강에도 오르지 못한 채 대만에서 뱃길을 돌렸다.
WBC 1'2회 대회서 4강'준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온 국민을 환호하게 했던 한국 야구는 700만 시대를 열어준 관중에게 제대로 된 축제도 열어 보이지 못했다.
한국이 WBC 1라운드에서 허망하게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사상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 이번 대회에 참가했지만 일본 도쿄에서 이어지는 2라운드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에서 발목이 잡히며 참담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2일 네덜란드전에서 0대5로 참패를 당하면서 야구 관계자와 팬들은 이번 대표팀이 남은 일정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대표팀 구성 단계부터 잡음을 낳았다.
사령탑으로 내정된 류중일 감독은 선임 전,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라고 대표팀 감독을 맡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수 선발 단계에선 무려 7번이나 엔트리가 바뀌는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가을,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류현진을 예비명단에 포함하면서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결국 류현진은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해 적응을 이유로,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의 이적에 따른 팀 적응을 이유로 태극마크를 원치 않았다. 여기에 일부 선수들은 줄줄이 부상을 이유로 대회 참가에 난색을 보였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회가 코앞인 지난 1월까지 7차례나 엔트리를 교체했다. 이 때문에 최상의 전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등 좌완 빅3의 불참과 추신수의 제외로 최근 몇 년간 구성된 대표팀 중 가장 약한 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나마도 이승엽'이대호'김태균 등 국내무대서 홈런왕을 거머쥐었던 거포들이 타선에 버텨 타선만큼은 역대 최강이라 뽐내며 위안을 삼았으나, 실제 경기서 공격의 파괴력은 높지 않았다.
방심은 결정적 진출 실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대회 개막 전부터 네덜란드 경계령이 내려졌지만, 준비가 소홀했다. 네덜란드전은 2라운드 진출을 가늠할 경기였음에도 대표팀은 '네덜란드쯤이야' 하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다 0대5로 완패했다. 대회 규정을 고려하면 지더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점수 차를 좁히는 게 중요했음에도 단 한 점도 거두지 못한 점은 2라운드 진출 좌절이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국제대회서 잘나가던 한국 야구는 타이중 참사를 맛봤다. 700만 관중 시대를 열고, 9구단에 이어 10구단을 탄생시켰다고 축배를 들기에 앞서 빠른 속도로 평준화되고 있는 세계 야구의 흐름을 읽고 노력을 기울이는 야구인들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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