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의점, 밤이 무섭다…강도사건 잇따라 발생

보안시스템도 힘 못써

지난달 26일 대구 중구 한 편의점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15만원을 훔쳐 달아난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대구 중부경찰서 제공
지난달 26일 대구 중구 한 편의점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15만원을 훔쳐 달아난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대구 중부경찰서 제공

지난달 25일 오전 4시쯤 대구 서구 비산동 한 편의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두꺼운 점퍼를 입은 남성이 들어왔다. 편의점 밖에는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다른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편의점으로 들어온 남성은 계산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종업원(18'여)을 흉기로 위협하며 "들고 있는 돈을 다 내놓으라"고 소리쳤다. 놀란 종업원은 금전출납기에 들어 있던 돈을 꺼내며 떨리는 두 손으로 '한달음 시스템'을 이용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 두 남성은 금전출납기에 있던 12만원을 빼앗아 유유히 사라졌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이었다. 이들은 같은 방법으로 사흘 동안 새벽시간대 종업원 혼자 근무하는 편의점 3곳만 골라 모두 현금 27만5천원을 빼앗았다가 4일 경찰에 붙잡혔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9시 30분쯤 대구 동구 편의점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금전출납기 안에 있던 현금 7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A(18) 군이 붙잡혔으며, 이에 앞서 지난달 3일에는 동구 신천동 한 편의점에서 종업원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24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B(36) 씨가 구속됐다.

업주들은 편의점 강도에 대비해 '한달음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강도 사건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한달음 시스템'으로 경보음이 울려 인근 경찰 지구대에서 범행 장소로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가량이다.

경찰에 따르면 편의점 강도는 주로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여성, 노인 등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종업원 혼자 근무하는 곳에서 일어난다. 이 때문에 흉기로 위협하거나 여러 명의 강도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경찰과 연계된 보안시스템마저도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지난달 서구 비산동 인근에서 발생한 편의점 강도 3건 중 2건은 한달음 시스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에서 '한달음 시스템' 경보음은 1만1천587건 울렸지만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한달음 시스템으로 울리는 경고음의 80% 이상이 업주의 사용 부주의로 인한 오작동이다. 또 막상 강도가 들어오면 보안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도 당황해서 이용할 생각을 못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편의점 강도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는 만큼 업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달음 시스템' 이용을 신청하는 것은 물론 눈에 잘 띄는 곳에 CCTV를 설치하고 'CCTV를 작동하고 있습니다', '경찰 집중 단속 구역입니다'와 같은 알림판을 게시해야 한다는 것.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야간에 2시간 간격으로 순찰을 다니고 있다"며 "하지만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업주 측에서도 자위 방범력을 강화하고 여성 종업원 혼자 근무를 지양하는 등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키워드

한달음 시스템=수화기를 내려놓고 7초가 지나면 관할 경찰서에 자동으로 신호가 울려 경찰이 출동하는 일종의 핫라인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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