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순넷의 류갑출(여'대구 수성구 황금동) 씨는 10일 꿈에 그리던 '중학교 1학년'이 된다. 7남매 중 넷째로 초등학교를 끝으로 공부를 접어야 했던 그녀는 이날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연 대구고 부설 방송통신중학교의 1기 입학생이 된다. 류 씨는 "50여 년 만에 교문을 다시 밟는다. 남편도, 자식 3남매도 다 대학을 나왔는데 나도 늦게나마 못다 한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다"며 밝게 웃었다.
전국 최초의 '방송통신중학교'가 10일 대구고에서 문을 연다.
초'중등교육법령 개정에 따라 이달부터 대구와 광주에서 시범'운영하는 방송통신중은 중학교 과정의 학업을 원하는 시민들을 위해 새롭게 마련한 원격교육 기관이다. 정부는 시범지역의 성과를 보고 전국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첫 방송통신중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대구고 부설 방송통신중 경우 2개 반 70명을 선발하는 데 지난 한 달간 전국 각지에서 293명이 지원, 4.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합격자는 연장자 순으로 정해졌다. 합격자 중 1등(최고령자)이 69세, 70명째 '막내 신입생'커트라인이 60세이니 만학도들이 얼마나 몰렸는지 보여준다. 이용도 교장(대구고 교장 겸임)은 "제주도에서 응시한 53세 지원자도 너무 젊어(?) 다음 기회로 입학이 미뤄졌다"며 "예상보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놀랐다"고 했다.
방송통신중은 3년제 중학교 교육과정을 기본으로 하되, 만학도 학생들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교육의 80%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20%는 매월 격주 일요일마다 학교에서 출석 수업으로 진행된다. 온라인 수업은 15~20분 분량으로 축약된 콘텐츠로 이어지는데 매일 꼬박꼬박 해나가야 무리가 없다. 일반 학교처럼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치르고 당연히 졸업장도 준다.
신입생 정선교(62'경기도 성남) 씨는 "사립학교에서 25년간 기능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얼마 전 퇴임했는데 방송통신중학교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도전하게 됐다"며 "입학식에 참석하려고 제주도 여행까지 미뤘다"고 했다.
대구고 부설 방송통신중은 내년에는 성인반 외에 청소년반(3개 반 60명)도 운영할 계획이다. 새터민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중도 귀국 자녀 등이 대상이다. 청소년반은 폐교된 구 대구남중(달서구 성당동)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이용도 교장은 "입학식 날 배움을 통해 희망을 되찾자는 취지로 교문 앞에서 전 신입생이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모두 중학교를 잘 졸업하셔서 고등학생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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