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하는 다문화 세상] "엄마 역할과 학업, 두 마리 토끼 잡아요"

구미지역의 대학생 다문화여성들이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자조모임을 결성, 지난달 말 첫 모임을 가졌다.
구미지역의 대학생 다문화여성들이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자조모임을 결성, 지난달 말 첫 모임을 가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구미 형곡동 다문화도서관 '모두'에서는 이색적인 모임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구미 지역 다문화가정 여성들 중 대학을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여성들. 이날 첫 모임에 참석한 결혼이주여성 20여 명은 서로의 대학 경험을 공유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구미 지역 결혼이주여성들의 대학 진학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대학생 자조모임'을 결성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서로에게 대학 생활의 힘이 돼주고 사회 진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구미에 살고 있는 다문화여성 중 대학생은 모두 27명이다. 9명은 이미 졸업을 했고, 14명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4명은 올해 대학생 새내기로 입학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대학 진학은 경상북도가 지난 2010년부터 중'고'대학 진학 시 1인당 100만원가량 학비를 지원하면서 늘기 시작했다. 이들의 대학 진학은 한국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적응에 불편을 느끼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계명대 중문과를 졸업한 중국동포 김연옥(40'구미 송정동) 씨는 모임의 맏언니 격이다. 김 씨는 2010년 구미대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뒤 다시 계명대에 입학했다. 현재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한다. 그는 "주부 역할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졸업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차별을 딛고 한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태어난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오랜 꿈으로 한발 더 다가가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김천대 간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호티후엉(31'베트남) 씨는 "어릴 적부터 꿈이 간호사였다"며 "반드시 간호사가 돼 베트남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한국에서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구미대 비즈니스영어학과에는 필리핀 출신의 결혼이주여성 4명이 재학 중이다. 이들은 삼성 다문화글로벌스쿨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며 영어 통번역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구미대 특수보육과에 입학한 주찬(중국) 씨와 같은 대학 피부미용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홍해화(36'중국) 씨도 전공을 살려 당당하게 살아가는 게 목표다.

구미시 다문화지원센터에서 중국어 통번역사로 일하는 김향정(35'중국) 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지자 애들도 엄마를 따라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이 먼저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야 자녀들도 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흔성 구미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다문화여성들은 대학에 다니면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강한 자신감을 갖고 사고방식도 긍정적으로 변한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도록 대학 진학을 적극 홍보하고 대학생 자조모임을 통해 다문화여성들의 꿈을 키워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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