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즈음해 TV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접촉 중에 있습니다. 10명의 단원 중 9명이 고아이므로 TV출연을 통해 부모님을 찾아보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11일 오후 3시쯤 단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해 잠시 음을 고르더니 곧바로 최근 연습 중인 스코틀랜드 민요 '애니 로리'(Annie Laurie)가 울려 퍼졌다. 이들 모두는 지체'지적 장애를 딛고 천상의 음률을 만들어가고 있는 대구성보학교(교장 정정순) '맑은소리 하모니카 연주단'이다.
연주단은 대구성보학교 노봉남(55) 지도교사가 위축된 삶을 살아가는 지체'지적 장애 학생들에게 꿈을 갖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방과 후 교육의 일환으로 출발해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2010년 제4회 소래모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며 지난해엔 제6회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 은상, 제1회 무지개예술제 대상을 받는 등 실력을 갖춘 연주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노 교사는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부터 단원들의 성격이 눈에 띄게 밝아졌고 생활의 적극성도 현저하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음악을 접한 뒤 단원들끼리 서로 유니폼을 입혀주거나 손이 없는 단원을 위해 밥을 먹여주기도 하는 등 인성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보였다.
창단 초기 손이 불편한 단원들이 하모니카를 쥐고 부는 것부터가 비장애인에 비해 너무 큰 장벽이었다. 하지만, 지역의 한 발명가의 도움으로 손을 대신해 하모니카 거치대(하모니카가 장착된 고리를 목에 걸 수 있도록 고안한 장치)를 사용할 수 있었고 악보를 보기 불편한 단원은 아예 통째로 외웠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차츰 명성을 얻게 되자 시설에서 생활하는 단원 중 몇몇이 부모님을 찾고 싶다는 소망이 생겨, SBS TV '스타킹'에 출연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게 된 것. 이를 위해 노 교사는 현재 방송국에 출연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연주단이 현재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약 30여 곡. '리베로 탱고', '넬라 판타지아'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영화음악 '언더 더 시'(Under the Sea), '타이타닉', '로미오와 줄리엣' 등의 주제곡을 하루 5시간 이상 연습한다.
"처음엔 한 곡을 소화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렸지만 이젠 클래식 음악도 2주 정도 연습하면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2010년 첫 무대였던 소래모 공연에서 너무 긴장해 관객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연주했고, 연주가 끝난 뒤 막내 단원이 긴장이 풀리면서 기절해 1주일간 병원 신세를 진 일은 아득한 추억거리가 됐다.
연주단은 그동안 입술이 부르트도록 하모니카를 불어댔다. 그런 간절함이 있기 때문에 애잔한 음악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등한 인격체로서 있는 그대로 봐 줄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연주단은 꼭 '스타킹'에 출연해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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