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2002 월드컵→2003 U대회→2011 세계육상→( . )

대구에서 열린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는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한'일 월드컵이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대구에서 축구 예선 경기가 열렸으나, 이는 단일 종목의 소규모 대회였다.

2003년에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주최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U)대회가 대구와 경산 등 대구'경북에서 분산 개최됐다. U대회는 북한 선수들과 미녀 응원단의 참가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2011년에는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이란 거창한 타이틀을 지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주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200여 국에서 6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이들 국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자부하는 대구시는 이제 포스트(Post)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월드컵과 U대회가 연달아 열린 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기까지 8년이 걸렸다. U대회를 애초 목표한 2001년에 열지 못한 대구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IAAF가 권유한 2013년 대신 모스크바와의 험난한 유치전 끝에 2011년에 치렀다.

그럼 대구에서 치러야 할 차기 국제 스포츠 대회는? 종목과 시기 모두 백지 상태에 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끝난 10년 이내, 2021년까지 대회가 열릴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이라면 힘들 것 같다. 대구시가 국제 대회 유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U대회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 개최를 자랑하는 대구시는 왜 차기 국제 대회 유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까.

체육인 등 많은 시민들이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있다. 체육인들은 대구시가 자랑하는 국제 대회의 성공 개최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남는 장사를 했다고 대구시가 자랑하지만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포스트 2011'을 찾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짚어봐야 할 점은 스포츠 인프라다. 대구의 스포츠 인프라를 보면 어떤 대회를 유치해야 할지가 보인다.

월드컵과 U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장소는 모두 대구스타디움이다. 대회가 한 곳에서만 치러지다 보니 스포츠 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U대회는 육상을 비롯해 축구, 태권도, 유도 등 여러 종목이 열려 많은 경기장이 필요했지만 대구시는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하는 데 급급했다. 게다가 당시 정권을 잡은 김대중 대통령의 권고로 대구는 대회를 한 차례 연기해 유치해야만 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할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노무현 정부의 비협조로 대구는 대회 유치에 큰 애를 먹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대구시는 스포츠 시설 확충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반면 부산과 인천은 아시아경기대회를 유치,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성공했다. 부산은 2002년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아시안게임은 1986년 서울 대회에 이어 국내 두 번째였다. 무엇보다 부산은 아시안게임을 열면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실내체육관, 수영장, 테니스장 등 많은 경기장을 지었다.

야구장 경우 부산은 2만 5천 명 수용 규모의 사직구장을 1985년 10월 완공했으나, 대구는 이제 일부 국비와 민자 유치(삼성 500억 원)에다 시비 800억 원까지 들여 지으려 하고 있다.

인천도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 대규모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과도한 아시안게임 시설 투자 등으로 인천시가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들 시설은 인천시의 자산으로 시민들의 체육, 여가 활동과 국내외 각종 대회 유치 등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대구가 U대회 후 아시안게임 대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선택한 것은 정책적 실수로 보인다. 당시 정권이 우리 지역을 돕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아시안게임을 지레 포기한 것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아무런 시설 투자 없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했기에 대구의 실내체육관 시설은 1960년대에 지은 대구체육관 하나밖에 없다. 시민운동장 내에 시민체육관이 있지만 동네 운동회 하기에 알맞은 규모다.

이제 'Post 2011'의 답은 나왔다. 대구시는 스포츠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충할 수 있는 국제 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이나 하계 올림픽, 아니면 청소년제전인 유스올림픽이라도 유치해야 한다. 이번에는 정권 덕을 좀 봤으면 싶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