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한 고교생이 유서를 남기고 경산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 이 학생이 중학교 때부터 학교폭력을 당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특히 숨진 A(15'고교 1년) 군이 남긴 유서에는 지속적으로 물리적 폭력을 당해온 점과 학교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문제점이 상세히 적혀 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A군은 유서에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내용과 함께 '2011년부터 지금 현재까지 중학교 동창생인 친구 5명으로부터 물리적 폭력과 금품갈취, 언어폭력 등을 당해왔다'는 글을 남겼다.
유서에 적힌 5명 가운데 2명은 A군과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나머지 3명은 경산지역 다른 고교에 재학 중이다. 유서에는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급생 B군이 주도적으로 괴롭혔다'는 내용도 있다.
A군은 유서를 통해 학교 안에 설치된 CCTV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A군은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낸다.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 가지 시설들이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다. 괴롭힘은 주로 그런 데서 이루어진다. 주로 CCTV 없는 데나, 사각지대에 있다고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곳에서 (학생들이) 맞는다'고 했다.
특히 '다들 돈이 없어서 설치 또는 교체를 못 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걸 핑계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을 없애려고 하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 사각지대 혹은 설치되어 있는 것도 판별이 될 수 있을 정도의 CCTV를 설치해야 한다'며 교내에 설치된 CCTV가 학교폭력 예방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A군이 다녔던 중학교에는 2011년 CCTV 19대(복도 6대, 건물 주변 13대)가 있지만 A군이 제기한 것처럼 반이나 화장실 등 사각지대에는 없고 설치돼 있어도 화질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학교 측에서는 교실과 화장실 등에 CCTV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 논란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A군의 아버지(51)는 "중학교 2학년 때 B군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우리 집에서 반 년가량 밥 해먹이고 옷을 사 입히는 등 아들처럼 생각하고 보살펴 왔는데, 이 친구가 아들을 많이 괴롭혔다고 적혀 있어 배신감이 크다"고 탄식했다. 또 "이달 4일 청도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기숙사에서 생활해 오던 아들이 8일 집에 돌아와 '집에서 통학을 하겠다'고 말해 단순히 기숙사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줄 알았다"면서 "귀가한 날 바지가 찢어져 있었던 것이 수상하다. 고교에서도 괴롭힘을 당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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