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교 위기 고향 초교 되살린 자랑스런 얼굴들

도'농간 교육환경 격차로 인해 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에 놓인 면내 유일한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주민과 행정기관, 기업체들이 똘똘 뭉쳐 '남천초등사랑장학회'를 발족시켰다.

이 장학회는 발족 4개월도 안 돼 1천200만원의 장학기금을 모았고, 신학기부터 초등학생들이 영어 회화와 수영, 전통무예 등 방과후 특별학습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지원하자 학생 수가 늘어나는 등 그 성과를 거두면서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인구 3천500명도 채 안 되는 경산시 남천면 내에는 유일한 학교가 남천초등학교다. 1932년 12월 개교한 이 학교는 70년대만 해도 전교생이 700명이 넘었다.

하지만 이농 현상과 도'농간 교육환경 격차로 인해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1980년도 454명, 1990년 262명, 2000년 123명, 2005년 81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2009년 인근 금곡초교와 통합돼 전교생이 94명으로 일시적으로 늘었다가 2010년 74명, 지난해에는 68명으로 감소했다.

학생 수 감소 상태가 몇 년간 지속하고, 2014년 인근에 백천초등학교가 개교하면 학생 수는 현재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성현 남천면장은 "학생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면 면내 유일한 학교인 남천초교가 폐교되거나 전교생이 20∼30명 정도의 소규모 학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 때문에 남천초교를 꼭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이 위기감과 공감대가 17개 리 이장과 주민,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관내 직능단체, 입주 기업체들을 똘똘 뭉치게 해 지난해 11월 '남천초등사랑장학회'를 발족했다"고 설명했다.

남천초등사랑장학회의 모태는 남천장학회다. 이 장학회는 남천면 내 3곳의 공원묘지와 3곳의 석산 등 지역의 혐오시설과 환경오염 발생 사업장 운영자들이 매달 일정액의 장학금을 기부해 연말 남천 출신 대학 입학생에게 50만원씩 장학금을 전달해 왔다. 남산장학회가 지난해 11월 회칙을 개정해 '남천초등사랑장학회'로 새롭게 발족한 것이다.

새로 발족한 이 장학회 남천초교에 교육 경비를 지원해 찾아오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장학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장학기금 출연에도 관내 입주 기업체 중심에서 17개 이장으로 구성된 이장협의회, 남천경영인회 회원업체, 경산농협, 경산스파월드 등이 동참했다. 3월 현재 37개의 마을'직능단체 대표 등이 1천20만원이 넘는 액수의 장학기금을 모았다. 장학회는 매월 약정액 500만원 이상의 장학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장학기금으로 올 3월 신학기부터 남천초교생들이 방과후 영어 회화와 전통무예는 학교에서, 수영은 경산스파월드에서 각각 1주일에 3일간(회당 1, 2시간) 배울 수 있는 특별학습을 위한 강사비, 교재비 등 교육 경비를 지원하고 있다. 방학 때에는 래프팅과 스키 캠프 등 체험 활동 경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경산시내 학부모들까지 신학기가 되면서 이 학교로 전학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산 사동에서 사는 천미경(33'여) 씨는 "올해 초교에 압학하는 아들과 언니의 딸인 초교 3, 5학년 조카가 경산시내에서 남천초교로 전학했다"면서 "장학기금으로 각종 지원을 해 줘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고 학급당 학생 수도 적어 교사들의 관심도 많아져 학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남천초교에 입학과 전학을 시켰다"고 말했다.

남천초교 금원섭(61) 교장은 "올해 신학기 입학생이 애초 10명이던 것이 장학회의 방과 후 학습 교육 경비 지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16명으로 늘어났고, 전학생들이 계속 늘어나 현재 전교생이 85명으로 늘어났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전했다.

금 교장은 "면민들과 행정기관, 관내 기업체들이 힘을 합쳐 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장학회를 만들고 교육 경비를 지원해 주는 것은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례"라면서 "장학회의 뜻을 받들어 학생들을 잘 지도해 농촌 소규모학교 살리기와 사교육비 절감에 많은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천홍기(63)이장협의회장은 "남천초교는 남천면의 중심이자 면민들의 구심점이다"면서 "이 장학회가 남천초교를 살리고 지역 발전과 인재 양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주민과 출향인사들의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의 053)804-7655.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