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의 집중인터뷰] IMF 부실채권 정리 특급 소방수…장영철 캠코 사장

"공적 자금 122% 회수 성공적…이제부터 서민 빚더미 탈출 돕는다"

1997년 외환 위기로 말미암아 국가 부도 직전까지 갔던 IMF 경제 위기를 기억하는가.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3년 2월, 당시 금융권 및 기업 구조조정에 투입했던 천문학적인 부실채권 정리기금이 정리됐다. IMF가 남긴 상처와 골은 깊었다.

그러나 외환 위기 극복의 성적표는 뜻밖에 좋다.

당시 부실채권 정리의 '특급 소방수' 역할을 맡은 곳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였다.

캠코는 당시 39조2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나서 투입금액의 122%가 넘는 47조9천억원을 회수하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는 캠코가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주식 등 1조5천억원을 포함한 것으로 통상 외국의 공적자금 회수율이 50~60%대에 불과한 사례를 감안하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차대조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당시 투입한 공적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고 밑 빠진 독처럼 부실기업에 쏟아부은 것 아니냐고 잘못 인식하고 있는 국민이 적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캠코는 이에 올 2월 말 부실채권 정리기금 백서를 발간, 15년간 캠코가 맡아서 해 낸 금융 위기 극복 사례를 전 세계적인 경제 금융 위기 극복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내놓았다.

IMF 극복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캠코는 장영철(57) 사장이 이끌고 있다. 장 사장은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외환 위기로 유발된 우리 경제의 총체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서 금융회사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높이고 금융 시스템을 조기에 안정화시켰다"고 자평하면서 "캠코의 부실채권 정리기금 성과는 국외에서도 인정받아 금융 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라는 칭찬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실채권 정리기금을 지금까지 운용한 것에 대해 "15년씩 운영되다 보니까 IMF에 대한 기억이 없어질 시점이어선지 아직도 운영되고 있느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기금의 종료 시점을 5년씩 두 차례 연장함에 따라 2013년 2월 22일 종료하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고 했다.

장 사장은 이어 "(기금 정리의) 막판에는 정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지난 1년 동안 막판 스퍼트를 내서 매각을 재촉, 현금을 쥔 것이 1조원에 이른다"며 "민간 IB(투자은행)의 성과와 대조해보면 캠코의 성과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캠코는 기금 종료에 앞서 부실채권 정리기금에 투입했던 공적자금을 2008년 7월 23일에 출연기관에 전액 상환한 바 있다. 출연기관인 정부와 금융회사에 애초 출연한 4조1천억원보다 6조7천억원이나 많은 10조8천억원을 현금으로 반환했다.

캠코는 최근에는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다양한 서민금융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국내 최대 서민금융 지원기관으로의 변신도 꾀하고 있다. 이미 캠코는 238만 명에 이르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를 넘겨받아 관리하면서 채무 감면과 저금리 전환 등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실패한 중소기업인들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으로부터도 공공부문 부실채권 인수를 추진, 지금까지 총 5조6천208억원 규모의 공공 부실채권을 인수하기도 했다.

캠코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 사장은 행시 24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예산과 경제 정책을 주로 다뤄 온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2010년 11월 캠코 사장에 취임한 그는 취임하자마자 저소득'서민층을 대상으로 보다 상시적인 종합 자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종합 서민금융지원 시스템의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가 대표적인 서민금융 지원제도인 '바꿔드림론' 등이다.

캠코는 대구시민회관 리모델링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캠코가 직접 BLT 사업에 나선 것이다. 공유재산 위탁 개발 1호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구시민회관 리모델링은 559억원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으로 올 6월 국제적인 클래식 전용관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이번에 부실채권 정리기금 청산 백서를 발간한 의미는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공적자금 역사상 청산되는 첫 번째 사례다. 백서는 앞으로 관련 정책 입안과 금융실무는 물론 금융 및 자본시장, 자산관리 관련 연구에서도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와 유럽 재정 위기 등 위기를 맞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 각국에서 캠코에 자문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 아시아개발은행과 협력, 이들 국가에 대한 컨설팅 등을 제공하였고 앞으로도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백서에는 기금 운용 성과에 대한 평가 및 성공 요인에 대한 분석과 운용 과정에서의 교훈까지 담겨 있다."

-부실채권 정리기금의 운용 성과를 간략하게 소개해달라

"캠코의 부실채권 정리기금 성과는 이미 밝힌 바와 같다.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외환 위기로 유발된 우리 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는 중심축 구실을 하고, 공적자금의 대규모 손실 발생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국외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아 아시아 최초로 성공한 ABS 발행사례는 2005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Case Study로 채택됐다. 2009년 런던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금융 위기 극복의 모범사례로 호평받기도 했다.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올 2월 22일 잔여재산을 공적자금 상환기금 등 24개 출연기관에 모두 반환하고 청산을 종료했다.

캠코가 성공한 것은 부실채권으로 받은 것을 출자전환해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해외로드쇼도 했지만 팔다가 안 팔리는 경우 그나마 '싹수'가 있는 기업들은 출자전환을 해서 정상화 가능성을 본 후에 주식으로 파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대박이 터진 것이다. 당시 캠코 경영진의 판단이 옳았다."

-캠코는 부실채권 정리기금 외에 서민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캠코 신용회복기금의 가장 큰 특징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채무 재조정'에서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을 위한 바꿔드림론, 소액대출, 행복잡(Job)이 취업 지원 등으로 폭넓게 발전시켜 종합 자활시스템으로서 기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신용회복기금은 부실채권 정리기금에서 발생한 잉여금 7천억원으로 재원을 마련, 2008년 9월 출범시켰다. 현재까지 금융소외계층 51만 명에게 3조 4천억원을 지원하여 명실상부한 종합 서민금융 지원제도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코에 넘어온 개인 채무자 통계를 보니까 은행권에서 캠코로 넘어온 기간이 평균 58개월쯤 되더라. 그동안 은행에서 엄청난 추심을 당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서 우리가 채무 재조정을 해주고 상환 스케줄을 잡아주면 신용불량자 신세에서 벗어나 추심을 당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가장 기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추심 공포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저출산으로 인해서 잠재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이 신용불량자들을 풀어주면 경제 활력을 회복하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해이와는 관계가 없다. 도덕적 해이는 갚을 능력이 있으면서 안 갚는 것이다.

-캠코의 전신이 성업공사였다. 역할이나 위상이 전혀 다른 조직인 것 같다.

"IMF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는 성업공사였지만 외환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캠코로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성업공사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정부 전략상으로도 성업공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려할 때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서 성업공사를 흡수하는 형태가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성업공사는 산업은행 자회사였지만 캠코는 IMF에 대비한 '배드뱅크' 개념이었다. 당시 강경식 경제부총리 등 라인에서 처음에는 1조원 정도 규모로 추진했으나 부실 규모가 커지면서 39조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부실이 컸다. 요즘은 위기가 단기(short term)로 온다. 상시로 대처할 수 있는 캠코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

-사회 공헌 활동에도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열정을 갖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을 위한 업무를 잘하는 것이 곧 사회 공헌'이라는 마음으로 '자산관리공사 형 사회 공헌 활동'의 아이디어를 내고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곳을 찾아 다양한 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캠코는 금융 소외계층이 다시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캠코가 지향해야 할 사회 공헌의 목표라는 생각으로 2008년부터 신용회복기금을 설치, 운용하면서 49만 명에게 신용회복을 지원했다. 2012년에는 캠코 채무고객 중 경제적으로 어려운 장애인 부부 50쌍의 결혼식과 열심히 살아가는 대학생 688명에게 10억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캠코는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으로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같이 성장하는 따뜻한 금융공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

서명수 서울정경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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