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사는 게 불편하지?'
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망해서 어쩔 수 없이 막노동 비슷한 일을 한다고 들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속이 몹시 아려왔다. 그걸 곁에서 지켜보는 너는 더 힘들겠지. 네 아빠는 마음 여린 네가 나날이 여위어간다고 걱정을 하더구나. 큰아비로서 마음이 미어져.
네가 고등학생이니 잘 알겠지만, '가난은 참 불편한 거야'. 불편이야 그럭저럭 넘긴다 하더라도 덜컥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지만 얘야, 가난은 대물림되는 법이란다. 부자가 자식에게 재산을 상속하는 것처럼, 가난한 사람은 불편을 상속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의 올가미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그건 불합리한 사회구조 때문이야. 흔히 열심히 일하면 삶이 나아질 거라고 희망을 갖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건 불가능해. 동네를 한 바퀴 둘러봐. 서점 주인이 열심히 살지 않아서 폐업한 걸까? 구멍가게 주인은 게을러서 문을 닫았을까?
가난엔 자발적 가난과 강요된 가난이 있어. 자발적 가난은 물질에 대한 욕망을 스스로 버린 것이지만, 강요된 가난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신을 덮쳐. 자발적 가난은 행복이지만, 강요된 가난은 그 반대야.
어떻게 해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신분 상승의 기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다지 많은 것도 아냐.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만, 자신만이라도 일단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아야 해.
"얘야, 너도 '지식 정보화 사회'라는 말을 들어봤겠지?" 고도로 발달한 정보망을 토대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융합되어 미래 사회를 이끈다는 뜻이니까 지식이 필수조건이라는 말이야.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바로 '지식'이야.
지식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책을 읽어야지. 이건 독서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 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냐. 생존의 문제야. 폭넓고 깊게, 아주 많은 책을 읽어야 해. 내 도반 스님 한 분은 인문고전을 골라서 열 번씩 읽는다고 해. 저자의 사상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지.
승려가 어린 조카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썩 내키진 않지만 그 방법 외에는 없는 걸 어떡해. 나도 고상한 언어로 위로할 수 있지만 그런다고 냉혹한 현실이 달라지진 않아.
옛날 중국 송나라 때 왕안석이라는 분은 이렇게 말했어.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 얼마 전엔 '오늘의 리더(Reader)가 내일의 리더(Leader)가 된다'는 글도 봤어. 둘 다 책을 읽어야만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야. 지도자가 된 후엔 가난이 대물림되는 이 불편한 현실을 바꾸도록 노력해줘.
앞산 보성선원 주지 한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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