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프로야구" 개막 기다리는 대구시민야구장 野人들

"800만 관중시대 플레이볼 '에러' 없어요"

삼성 라이온즈의 공식 치어리더
삼성 라이온즈의 공식 치어리더 '블루 팅커스'가 15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올 시즌 펼칠 신나는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심판들도 전지훈련을 떠난다. 일본 오키나와서 콜업 훈련을 하고 있는 심판.
심판들도 전지훈련을 떠난다. 일본 오키나와서 콜업 훈련을 하고 있는 심판.
전광판 기록과 야구장 내 각종 안내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방송실도 개막 준비를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최두성기자
전광판 기록과 야구장 내 각종 안내방송을 담당하고 있는 방송실도 개막 준비를 위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최두성기자
안전요원들의 시즌 준비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안전요원들의 시즌 준비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냉기(冷氣)를 머금은 바람이 걷히자 대구시 북구 고성동이 다시 북적이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인 대구시민야구장이 있는 이곳은 봄꽃과 함께 날아온 프로야구 개막 소식에 분주한 발걸음이 오가고 있다.

30일 대장정의 팡파르를 울릴 개막전에 앞서 9일부터 치러지고 있는 시범경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 치어리더, 장내 아나운서, 안전요원, 전광판 등의 방송담당자 및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도우미들에겐 '무결점 운영'을 위한 마지막 점검 기회다. 더욱이 이들은 프로야구가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7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히고 올해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합류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은 만큼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봄을 기다리며 겨울의 찬바람을 이겨낸 야인(野人)들이 "반갑다, 프로야구"를 외치며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심판, "포청천 자부심으로 오심 제로"

프로야구 시즌을 알리는 시범경기 첫 경기가 열린 9일 대구시민야구장. KBO 심판위원(이하 심판)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야구장에 도착, 그라운드 사정을 살피며 검은 판관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지난해 10월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 이후 대구시민야구장을 다시 찾게 된 심판들은 한동안 떠나있던 고향을 찾은 듯 설레는 표정이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구심의 "플레이볼" 구령은 오프시즌 동안 한참이나 닫아놨던 목청을 뚫듯 야구장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매년 돌아오는 프로야구의 계절이지만 그때마다 마음은 설레고 긴장됩니다."

'그라운드의 포청천' 프로야구 심판들은 동계훈련과 전지훈련 등 새 시즌을 준비하며 지난겨울을 보냈다. 한국시리즈 이후 1년 중 유일하게 갖는 휴식기 동안, 등산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든 심판들은 1월 27일 설악산에서 4박 5일짜리 합동 세미나를 열며 올해 일정을 시작했다.

그라운드에 나서면 3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하니, 체력은 필수. 심판들은 찬바람을 뚫는 달리기로 강한 하체 만들기에 주력했다. 2월에는 해외로 떠난 각 구단 스프링캠프를 찾아 한동안 쉬었던 볼 보는 눈을 키우는 데 애를 썼다. 투수 연습장 포수 뒤에 자리를 잡고 "스트라이크"를 외치며 목청을 틔우는 콜업 훈련을 매일같이 반복했고, 프로팀 간의 연습경기에 투입돼 경기 감각도 익혔다. 배트에 빗맞아 마스크로 날아오는 공을 눈을 감지 않고 끝까지 보는 훈련도 반복했다.

KBO 심판위원회 문승훈 팀장은 "아차 하는 순간의 실수가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심판들은 0.01초의 찰나의 순간에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TV 중계 기술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심판들의 작은 판정 실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만큼 연습 때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잘못된 판정은 몇 번이나 재방영돼 해당 심판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순간적 판단으로 복잡한 룰을 적용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겨우내 '오심 제로'를 외치며 선수들 못지않은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 심판들. 진짜 플레이볼을 외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치어리더, "3연패 준비됐나요?"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들도 야구장에서의 만개를 준비하며 누구보다 프로야구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공식 치어리더 '블루 팅커스'는 프로야구가 휴식기에 들어간 겨우내 새로 선보일 안무와 팀워크를 다지느라 고된 훈련을 계속했다.

가끔은 배구 등 겨울 스포츠 현장서 흥을 돋웠지만, 주로 대구 수성구 TBC 8층에 있는 연습실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힘찬 율동의 안무를 소화하며 겨울 추위를 녹였다.

관중의 시선을 모으고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으며 경기장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지름길이 없다. 연습에 또 연습을 반복하는 방법뿐이다.

삼성이 최근 3년간 연속해서 한국시리즈에 오르면서 블루 팅커스는 8개 구단 치어리더 중 가장 오랫동안 야구장을 지켜야 했다. 늦가을의 쌀쌀한 기운이 맨살을 파고들 땐 힘들기도 하지만 만원 관중 앞에서 챔피언을 결정짓는 최고의 무대를 이끌었다는 자부심은 피로를 잊게 했다.

삼성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블루 팅커스 역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래서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올해, 선수들만큼이나 1등 치어리더로서 자부심으로 맹훈련을 소화했다.

관중 앞에서 경기 내내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쉽지 않다.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관중 앞에 설 수조차 없다. 3시간가량을 발랄한 표정으로 관중과 호흡하려면 무엇보다 강한 체력이 뒷받침해야 한다. 또 최신 유행을 읽는 센스, 한 몸처럼 움직이는 팀워크 등은 넘치는 에너지와 함께 치어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블루 팅커스가 올 시즌 새롭게 선보일 안무는 거친 숨소리까지 더해 만들어지고 있다.

노숙희 팀장은 "동작은 더 화려하게, 구호는 더욱 크게, 우리는 우승팀 치어리더로서 최고의 응원문화를 이끌겠다는 각오로 겨울 동안 팀워크를 다지며 팬들을 만날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삼성 응원단은 올해 새로운 응원단장을 맞이했다. 블루 팅커스도 1월 새내기를 영입했다. 그래서 더 젊어지고 신선해졌다. 이미나'임지영 씨는 "첫 무대인 만큼 떨리면서도 설렌다. 야구장에 많은 팬이 와 함께 응원해 삼성의 3연패를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숨은 지원병들, "야구장에서 즐거움만 안고 가세요."

개막이 다가오면서 야구장 후방요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그라운드를 관리하는 시설담당자, 관중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요원, 장내아나운서 등 야구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매끄러운 경기진행과 관중의 안전한 관람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개막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장내아나운서 김선미 씨. 10여 년째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마이크를 잡아온 그녀지만 개막은 언제나 새롭다. 선수 소개와 교체 정보 등 경기 중 일어나는 각종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그녀의 임무. 관중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각종 경기 정보는 물론, 날아오는 파울볼을 피하고,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를 안다.

김 씨는 "올해는 NC의 합류로 숙지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소속팀이 바뀐 선수, 새롭게 선을 보이는 신인선수, 배번이나 포지션이 바뀐 선수 등 달라진 정보도 완전히 꿰고 있어야 한다. 겨울 동안 한참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전광판에 새겨질 각종 기록과 이벤트, 경기 화면, 광고 등을 책임지는 방송담당자의 손길도 분주하다. 삼성 마케팅팀 김창하 대리는 전지훈련 때 찍은 영상 송출, 댄스'키스타임 등 공수 교대 때 실시하는 이벤트, 타자 등장 시 내보내야 할 음악 등을 매일같이 반복해 확인한다. 김 대리는 "1만 명이 찾는 야구장서 작은 운영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매일 기계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돌발적인 상황에 대처할 매뉴얼 준비도 끝냈다"고 했다.

야구장에서 관중과 가장 먼저 만나는 안전요원들의 일과도 바쁘게 돌아간다. 주차, 질서유지 등 야구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이들의 손을 거치는 만큼 안전요원들은 야구장 동선부터 좌석 배치, 야구장시설 곳곳의 위험요소들을 파악하는 일에 열중이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낙후한 대구시민야구장 때문에 돌아오는 관중의 항의, 파울볼이 주차된 차에 맞았을 때의 대처, 야구장 내의 흡연'자리다툼 등 온갖 궂은일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정신력을 가다듬고 있다. 팔공 인터내셔널 김진태 차장은 "프로야구의 인기로 일이 더 많아졌지만, 올해도 관중이 안전하고 즐겁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그라운드의 뒤편이지만, 묵묵히 제 일을 하며 개막을 기다리는 이들 도우미 덕분에 야구장을 찾는 관중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에 환호하며 프로야구의 열기를 데울 수 있다.

철저한 준비 속에 800만 관중 시대의 플레이볼을 외칠 프로야구가 이제 곧 시작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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