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침체 적금 해약 급증…대구銀 작년 2300억

최근 직장인 전모(37) 씨는 2년간 불입했던 정기적금을 해약했다. 전세 계약이 만료되어 연장을 하는 과정에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전 씨는 "갑자기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마땅한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쉽지 않았다. 중도 해약을 하면 이자 손해가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금을 깨야 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적금 중도 해약이 늘고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생활비로 충당하거나 전세자금 마련 등을 위해 적금 해약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에 따르면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약한 적금액은 2011년 2천억원에서 지난해 2천300억원으로 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적금 해약액도 167억원에서 191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시중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9년 4월 출시된 국민은행의 1년 만기 'KB직장인우대적금'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판매된 169만6천 계좌 가운데 중도 해지된 계좌가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휴대전화로 쉽게 해약할 수 있는 'KB스마트폰적금'은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판매된 46만3천 계좌 중에서 49%가 만기 전에 해약됐다.

또 지난해 하나은행의 전체 적금상품 해약률은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을 대표하는 적금 상품들의 중도 해약률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적금을 중도 해약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서민들의 저축 여력이 크게 위축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2012년 4분기 중 가계신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부채 총액은 959조4천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가계부채는 작년 한 해에만 47조5천억원이 늘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까지 20%를 웃돌았던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연간 가계저축액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것)은 2011년 2.7%까지 추락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3%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에 대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적금은 중도 해약하면 약정된 이자를 받을 수 없어 손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납입금을 마련하기 어렵거나 가계 부채 상환 부담 등으로 적금을 해약하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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