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로드먼 옆자리 김정은, 북한 지도자 아닌 농구팬일 뿐"

스콧 스나이더 美외교협회 연구원 매일신문사 방문

"김정은 정권이 무리한 도발로 자충수를 두지는 않을 겁니다."

20일 매일신문사를 찾은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무력 과시에 대해 "정권 유지와 강화책"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 소장과 미국외교협회 등을 거친 한반도 전문가다. 미국외교협회는 미국의 외교 정책 전반에 관련된 주요 싱크탱크 중 하나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달 16일부터 1주일간 일정으로 주한 미국대사관이 진행하는 '국무부 전문가 초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최근 김정은 정권의 잇따른 도발 행위에 대해 "북한의 목적은 미국과 대화에서 유리한 환경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과 일치한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최근 김정은이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과 만난 것에 대해 "김정은이 농구를 참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김정은과 로드먼의 만남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흥미로운 만남이었을 뿐 북한과 미국 정부 간 대화 채널 마련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는 김정은이 올 1월 방북한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는 만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북한 매체에 등장하는 김정은은 늘 가장 높은 자리에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로드먼 옆에 나란히 앉은 김정은은 한 명의 젊은이나 농구팬에 불과해 보였어요. 그러나 이것이 대외적으로 김정은의 이미지를 개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중국이 대북 금융 제재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북한을 압박해 6자 회담에 다시 이끌어내려는 목적이지 북한 체제의 안정을 해치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북한의 근본적인 견해 차이가 동북아 안보 구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북한은 '선 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를 고수하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 없이는 어떤 관계 개선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은 북한 문제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특히 조부모, 부모 세대보다 지금 한미 젊은이들이 더욱 긴밀한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한미 관계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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