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공직 기강 지금 바로잡아야

한 건설업자의 고위층에 대한 성 접대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경찰이 성 접대 동영상을 확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면서 법무부 차관이 전격 사퇴했다. 이번 사건은 건설업자의 그릇된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건설업자 윤모 씨의 별장은 휴일이나 주말이면 유력 인사들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별장 성 접대 리스트에는 현직 고위 관료 3명, 전직 고위 관료 4명, 전직 국회의원 1명 등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은 재수 없어 내가 걸렸다고 걱정하고 발뺌하는 방안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사기횡령 배임 등으로 20여 차례나 입건된 경력을 가진 윤 씨가 자신의 별장으로 유력 공직자들을 모아 대접을 하고 이를 미끼로 자신의 신변 안전과 이익을 챙긴 것이다. 윤 씨는 20여 차례나 사법기관에 입건됐음에도 단 한 차례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고위층을 별장으로 초대해 대접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이는 수사를 맡은 경찰이 밝혀내야 할 몫이다.

이들 고위 공직자들이 윤 씨가 던진 미끼를 뿌리치지 않았다는 점은 개탄스럽다.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이 불법을 뿌리 뽑아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 힘써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대목에서 국민들은 할 말을 잃는다. 과거에도 수많은 공직자들이 업자들의 장난에 놀아났던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비교하기가 민망스럽다. 수사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난잡한 파티를 벌이고 성 접대 현장이 동영상에 찍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협박받는 상황은 추잡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들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부도덕성에 크게 실망해 있다. 부동산 투기, 탈세, 위장 전입에다 과거 지위에 근거한 과다한 내 몫 챙기기 등 고위 공직자들의 부도덕성에 넌더리가 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 불거진 김광준 부장검사의 수뢰 사건이나 서울 동부지검 검사의 성 추문 사건 등 사정기관을 향한 눈빛도 예사롭지 않다. 이 모두가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공직 기강 해이를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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