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2일 오전 7시 3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그랜드호텔 건너편 버스승강장. 범물동을 출발해 경산 대구대로 향하는 814번 버스가 60여 명을 태운 채 승강장에 도착했다. 앞문이 열리자 7명이 한 줄로 서서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를 타는 데 걸린 시간만 20여 초. 마지막에 오른 한 승객은 기둥을 붙잡고 발을 겨우 버스에 올렸다. 버스에서 내리려는 한 승객은 사람들을 비집고 뒷문으로 발을 옮기는 사이 뒷문이 닫혔다. 오전 8시쯤 이 승강장을 거쳐 가는 509번, 724번 등 다른 버스에는 앉을 자리가 절반 가까이 남을 만큼 한산해졌다. 하지만, 814번 버스는 오전 8시 30분이 넘을 때까지 여전히 만원이었다.
◆아침마다 버스 타기 전쟁=대구에서 경산 하양'진량읍으로 통학하는 대학생과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버스 노선 부족과 긴 배차 간격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경일대와 경산1대학,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등 학생들의 등교와 직장인들의 출근이 몰리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버스는 어김없이 콩나물시루가 되고 있다.
대구대 영어영문학과에 다니는 김가현(24'여) 씨는 집이 있는 달서구 상인동에서 경산 진량읍에 있는 학교까지 갈 때 시내버스는 피하는 편이다. 버스가 서문시장과 2'28공원 등 시내를 거쳐 가기 때문에 승객이 많아 버스 안이 복잡한 데다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하철을 타고 안심역까지 가서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서 학교에 도착한다. 오전 7시와 9시에 있는 학교통학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김 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대구 시내의 혼잡은 잠시 피했지만 안심역에서 버스로 환승할 때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줄이 20여m나 되기 때문에 등교 전쟁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고 했다.
대구 동구 신기동에 사는 한혜인(22'여'대구대 산업복지학과) 씨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경일대와 경산1대학, 대구가톨릭대 등 여러 학교 학생들이 몰려 시내버스를 타고 등교하기가 힘들다"며 "승차를 하려다가 포기하기도 하고 너무 많은 학생을 태워 지나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직장인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두산동 집에서 대구 동부정류장 부근까지 매일 출근하는 권영진(56) 씨는 집에서 나와 814번을 타고 범어네거리까지 와서 순환 2-1번으로 갈아탄다. 권 씨는 "아침마다 버스에 오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앉아서 가기는커녕 직장에 늦지 않으려면 발 디딜 곳 없는 버스를 억지라도 끼여 타야 한다"며 "경산 하양 방면에 대학교가 많아서 814번 버스에는 대학생들이 많이 타는 편인데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 겹치는 오전 8시 전후로 특히 혼잡이 심하다"고 말했다.
◆버스 증편' 배차 간격 줄여야=대구가톨릭대 관계자는 "도시철도 1호선을 연장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완공되기까지는 5년에서 10년 가까이 걸려 통학의 불편을 당장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시내버스를 혼잡시간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등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대 취업학생처 관계자는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30억원을 들여 학생통학버스를 등'하교 75개 노선에서 하루 232차례 운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불편을 느끼고 있다"며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대구 시민인 점을 감안해 대구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버스를 증편하거나 배차간격을 줄이는 등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을 대구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대구시와 경산시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승객이 몰리는 아침 시간에 배차간격을 좁히도록 버스회사에 유도하고 있지만, 버스회사들은 자체 인력운영이나 도로사정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노선을 수정하게 되면 자칫 기존 노선에 익숙하던 사람들에게 혼선을 주는 등 새로 생길 수 있는 불편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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