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미국 대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그 기업의 노동자가 받는 소득의 40배 정도였다. 우리나라가 IMF 수렁에 빠져 있던 1998년엔 이 격차가 531배까지 치솟았다. 당시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에 대해 '최고경영자들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들의 소득을 극소화한 대가'라고 비아냥거렸다.
우리나라에선 상장기업의 임원 연봉이 개별 공시되지 않아 비교가 어렵다. 다만 이달 초 국세청이 내놓은 소득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0억 원 이상의 종합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모두 4천880명이었다. 이들이 올린 총 소득은 11조 9천324억 원으로 1인당 평균 24억 4천516만 원을 신고했다. 반면 연간 소득이 1천만 원이 안 되는 사람은 179만 명이다. 이들의 총 소득은 9조 5천21억 원으로 1인당 531만 원에 불과했다. 결국 연간 1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사람과 1천만 원 이하를 버는 사람 간의 소득 차는 460배에 이른 셈이다.
이달 3일 스위스에선 이색 국민투표가 열렸다. 대기업 임원들의 급여를 제한하고 이들이 회사를 관두면서 거액의 퇴직금도 챙겨가는 관행을 뿌리 뽑는 법안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찬반을 묻는 투표였다. 국민들은 압도적(67.9%)으로 만들자는 쪽에 표를 던졌다. 대기업 임원들이 과다한 보수와 특별 상여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소득을 늘려가는 반면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 속도는 더디기 짝이 없어 빈부 격차가 커지는 데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결과다. 지난달 스위스의 제약 업체 노바티스의 회장이 7천200만 프랑(약 840억 원)의 퇴직금을 챙겨간다는 언론 보도의 영향도 컸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과거에도 상장사 등기 임원의 개별 보수를 공시하는 법안을 발의하려는 논의는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미국은 1992년 임원 보수의 개별 공시를 의무화했다. 영국과 독일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2010년부터 임원의 보상 규모가 1억 엔을 넘길 경우 개별 공시를 하도록 공시 규정을 바꿨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스위스 국민투표를 계기로 그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빈부차 해소와 근로자들의 박탈감 해소를 위한 여러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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