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 북구 노원동 한 주택. 굳게 닫힌 창문틀에 검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창문을 통해 집안이 흐릿하게 보였다. 현관 앞에 벗어놓은 흰 신발엔 누군가 일부러 뿌려놓은 듯한 검은 알갱이들이 붙어 있었다. 옥상의 빨랫줄은 텅 비어 있었다. 500여m 떨어진 대구제3산업공단 공장에서 매연이 뿌옇게 피어올랐다.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골목길 안 슈퍼마켓의 대청마루는 텅 비어 있었다. 골목을 지나는 70대 한 주민은 기침을 뱉으며 연방 허리를 구부렸다.
대구에서 대기오염도가 높은 편인 대구 북구와 서구의 주민들이 환경기준치를 넘어서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으로 인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대기 미세먼지의 경우 제3산업공단이 있는 북구 노원동이 최근 3개월(91일)간 29일이나 환경기준(24시간 100㎍/㎥)을 초과했고, 최고 하루 평균 수치가 193㎍/㎥까지 올라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서대구산업단지가 있는 서구 이현동도 17일(162㎍/㎥)이나 됐다.
30년 가까이 대구제3산업공단 인근의 북구 노원동에서 생활해 온 이명숙(56'여) 씨는 "먼지로 인해 제대로 환기하기 힘들어 가래가 끼고 감기도 자주 걸리고 또 잘 낫지 않는다"며 "근처가 공단지대여서 공원 등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기도 힘들고 구청에 불편을 해소해 달라고 건의해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서대구산업단지 부근에 사는 배명옥(51'여'서구 평리동) 씨는 "이틀에 한 번은 빨랫줄을 닦는 데도 걸레에 새까맣게 먼지가 묻어난다"며 "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빨래는 집안에 널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 했다. 양종숙(58'여'서구 평리동) 씨는 "인근에 공단이 많아 악취와 먼지가 많다. 바람이 불 땐 먼지가 기관지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며 "먼지가 심하게 일 땐 오염된 공기가 집안으로 들어오진 않을까 신경이 곤두선다"고 했다.
송희봉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 생활환경과장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에다 올해 들어 바람이 약한 상태에서 연무가 발생하면서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아 대기오염도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대구제3산업공단과 서대구산업단지가 있는 북구와 서구는 물론 북서풍 등 계절풍 영향으로 대구 곳곳이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자동차 배출가스 감소와 천연가스 시내버스 보급, 청소차 연료 CNG 변경, 대기오염 배출업소 관리, 각종 공사장 및 생활주변의 먼지 감소 등 대기오염 원인 물질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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