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대게 자원의 고갈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영덕군에서 여는 대게축제는 각광을 받고 있다. 영덕대게축제는 3년 연속 경북도 최우수축제로 선정될 정도다. 28일부터 4월 1일까지 강구항에서 대게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대게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웃고 있을 수는 없다. 축제를 앞두고 대게산업의 위기를 들여다봤다.
◆브랜드 전쟁
영덕대게 원조의 시발점은 고려 태조 왕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왕건이 서기 930년 안동에서 후백제 견훤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후 지금의 축산면 차유마을에 들러 영덕대게를 처음 먹고 그 뛰어난 맛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때 이후로 대게는 임금님 수라상을 거쳐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지만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동해안을 따라 많은 항포구의 대게잡이 어선들이 영덕대게의 인기를 타고 조업활동을 벌이면서 '원조 논란'이 빚어졌다. 포항 구룡포, 울진 등에서 '풍부한 위판량'을 앞세워 마케팅에 나서면서 브랜드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영덕군과 영덕 어민들은 "대게의 맛이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영덕대게 브랜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덕대게는 단순한 원산지 표시가 아니라 스토리를 가진 하나의 브랜드"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눈물겨운 노력도 나 홀로
이러한 도전에 맞서고자 영덕대게는 오랜 전통과 조업'선별 노하우 그리고 원조라는 자존심을 바탕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영덕대게 바코드'를 붙여 상품의 신뢰도를 높이기에 노력하고 있다.
영덕 어민들은 올해부터 스스로 자율 감시대를 조직해 해상을 순찰하고 있으며 경북도와 영덕군은 일부 연료비를 보조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영덕을 비롯한 일부 대게 어민들은 대게 조업 기간도 조금씩 줄이는 등 갖가지 어민 자구 노력도 수년째 해 오고 있다.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이러한 노력도 대게 어선들의 동참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소용없게 된다. 그리고 영덕군이 대게 물량의 상당 부분을 다른 곳에서 의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스토리를 보존하고자 하는 영덕대게의 노력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대게의 인기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영덕대게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 드는 딜레마에 직면할 우려가 높은 것이다.
◆대책도 단속도 규정도 답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답답한 것은 영덕군과 대게 어민들이다. 나 홀로 노력만으로는 넓고 넓은 동해 대게를 지킬 수 없다. 경북도와 영덕군은 어민들의 대게 자원 보호 노력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내면서 강원도 경남 울산 등 다른 광역지자체들과 함께 동해 대게 복원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어민들의 호소다.
모호한 다른 형태 어선들의 대게 조업 조항도 손질해야 한다. 통발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연안 수심 420m 이내에서는 대게를 잡을 목적으로 통발로…'라는 규정을 교묘히 악용해 통상적인 통발보다 작게 만드는 식의 수법으로 불법 남획을 자행하는 경우도 심심찮다.
포항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수많은 대게잡이 어선을 일일이 감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처럼 불'탈법 조업이 계속된다면 영덕대게의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덕'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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