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과분한 만남

2013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매일춘추와의 새로운 만남은 시작되었다. 이어진 3개월 동안 기억을 되돌려 본다. 처음에는 감당하지 못할 숙제를 안은 아이처럼 부담도 많았다. 또 한편 첫사랑을 만나는 소년의 가슴처럼 떨림과 기대도 있었다. 자신의 모자람을 돌아보면서 조금은 더디지만 서두르지 말고 부족하지만 욕심내지 않을 것을 약속하면서 쳐다본 쨍한 하늘이 새롭게 기억된다.

칼날같이 차가운 겨울밤 막역한 이들과 꼬치구이 안주에 소주잔을 부딪치며 아련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후배 작업실의 연탄난로를 통해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아련한 추억을 기억하게도 해주었다. 추운 겨울 화실 낡은 의자에 둘러앉아 인생과 예술을 담은 막걸리 한 잔을 나누며 긴 겨울밤을 같이한 얼굴들을 그리워했다. 화가들의 어려운 현실을 돌아보며 안타까움도 같이 나누어 보았다. 외람되게도 미술작품 보관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또 그림의 가격 결정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대안은 없는지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차 한 잔의 여유로 도시의 야경에 분위기를 잡고 한밤의 고층 작업실의 적막함도 즐기며 수많은 불빛의 의미도 헤아려 보았다. 화가라는 핑계로 스케치를 빙자해 계획 없이 훌쩍 떠나기를 위해 철없는 궁리를 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남녘의 섬으로 성급한 봄 마중을 떠나기도 했었다. 그로 말미암아 가장 좋은 여행의 본질은 자기가 어디에 왔는지 몰라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설 전날 어머님의 병문안을 위해 병원 승강기에 올랐을 때 휠체어를 탄 어머니와 딸의 모습에서 받은 영화 같은 감동의 충격은 잊을 수 없다. 그동안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줄 알았는데…. 아주 먼 훗날 후회로 돌아올 것이 너무나 당연한 못난 길을 걷는 자신을 질책하며 한없는 부끄러움에 잠 못 이루는 밤도 있었다. 침체한 봉산동 문화의 거리에 대한 아쉬움에 북적대는 서울 인사동 거리를 그리며 봉산동 스케치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미술협회의 새로운 집행부의 출범에 축하의 박수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자녀의 미술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에게 감히 고언했다. 지나치게 상업적 특별함에 빠지면 아이도 좋지 못한 특별함에 갇히게 된다는 것을!

도시철도 3호선 건설에 따른 시민들의 기대와 염려를 살펴볼 기회도 가졌었다. 시민들의 디자인 감각이 반영된 도시철도 주변 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디자인 계획으로 대구를 대표하는 얼굴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직 변함이 없다.

이렇게 많은 새로운 경험과의 만남을 오래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짧은 생각과 모자라는 글쓰기로 누를 끼쳐 드린 모두에게 사죄드리며 또한 과분한 격려에는 깊이 감사드립니다. 매일춘추와의 매주 만남은 여기서 아쉬운 인연으로 남기려 합니다.

김윤종<화가 gilimi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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