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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없는 복지공무원들…살인적 업무량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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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망 '행복e-음' 개통 후 타부서 업무까지 밀려와

대구 북구 산격1동 주민센터 사회복지계 직원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오후 11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 전면무상보육에 따른 0~5세 자녀 보육료 신청, 초'중'고교생들의 급식비, 방과 후 활동 지원금과 같은 교육급여 신청 기간이 맞물리면서 '행복 e-음'에 자료입력만 하는데도 하루를 다 보내야 했기 때문. 이에 따라 사회복지계 직원들은 주말도 반납해 가면서 겨우 업무를 처리해냈다. 산격1동 주민센터 박성상 사회복지계장은 "각종 복지지원금 신청 접수와 행복 e-음 입력만 해도 하루 일과가 훌쩍 지나가는 마당에 저소득층 가정 방문과 같은 현장 행정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복지사회 실현 일꾼인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살인적인 업무 강도에 고통을 겪고 있다. 과중한 업무 부담 등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잇따르는 등 전국 2만2천여(대구 638명'경북 1천118명)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한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인 행복 e-음 때문에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업무가 몰려 개선책이 시급한 형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1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인 행복 e-음을 개통하면서 "지금까지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매달려왔던 조사업무를 행복 e-음이 맡게 되면 공무원들이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한 행정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복 e-음이 개통된 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다른 부서에서 하던 복지 관련 업무들이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몰려버린 것. 올해부터 새로 처리해야 할 업무 중 초'중'고교생의 교육급여 지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일이었고, 저소득층 임대주택 지원 신청 및 심사 업무는 건설교통부와 LH공사가 해오던 업무였다. 행복 e-음이 복지 대상자들의 소득'재산 조사 자료와 서비스 인력 현황 등을 연동시킨 뒤 이를 각 지자체의 해당 업무 담당자만 열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다른 부서는 복지 대상자들의 현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대구시내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업무에 '복지'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업무를 사회복지 분야로 분배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아무리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을 늘린다 하더라도 살인적인 업무 강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행복 e-음의 속도나 안정성 문제만 개선돼도 지금과 같은 격무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행복 e-음으로 자료 입력 시 수시로 점검'업데이트를 알리는 노란색 팝업 창인 '악마의 노란창'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너무 제한적으로 준 탓에 인력을 보강해도 소용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각 동 주민센터에 교육급여 신청을 위한 보조인력을 비정규직으로 두었었는데 공무원만 접속할 수 있었던 탓에 보조인력은 신청자 줄 세우고 서류 작성 도와주는 업무밖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장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행복 e-음망의 사용범위를 늘려 타 부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업무를 조정하고 속도와 안정성 문제를 지금의 주민등록행정망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일단 '복지'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업무를 사회복지직 공무원에게 할당하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며 "행복 e-음을 관리하고 교육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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