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건강의 보약 아닙니까. 어르신들이 마술을 보면서 맘껏 웃고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구 수성구 범물동 '어르신들 쉼터'. 어르신 40여 명이 무대에서 펼치는 비둘기 마술에 흠뻑 빠져 있다. 풍선을 불어 터뜨리자 풍선 속에서 하얀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 나왔다. 하얀 스카프를 이리저리 흔드니 스카프 속에서 비둘기가 나왔다. 또 책을 펴서 종이가루를 뿌리자 비둘기가 튀어나왔다. 어르신들은 마술사의 동작 하나하나에 시선을 집중하다가 비둘기가 날아 나오면 와~ 하며 탄성을 질렀다. 이날 마술을 선보인 주인공은 대구 수성경찰서 만촌지구대에 근무하는 김창곤(52) 경위. '굿모닝 마술 경찰관'이라는 별칭을 가진 김 경위는 업무가 없는 날이면 이곳 쉼터를 찾아 어르신들에게 마술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것. 마술 공연을 위해 경로당에 들어설 때와 마칠 때에는 언제나 '굿모닝' 하고 인사를 하는 게 특징. 어르신들도 김 경위를 보면 '굿모닝 왔네'라고 부르며 반겨준다.
"순찰을 돌면서 우연히 경로당에 들러 동전마술을 보여주었더니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본격적으로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김 경위는 마술공연을 마치고는 항상 어르신들이 꼭 지켜야 할 교통안전과 보이스피싱 예방, 건강하게 사는 법 등 생활교육도 빼놓지 않는다.
김 경위가 마술을 시작한 지는 3년이 됐다. 지금은 동전마술, 비둘기마술, 꽃마술, 포커마술 등 100여 가지 마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요즘도 학원에 다니며 새로운 마술을 배우는 중이다. 김 경위는 한 달에 4, 5번은 마술봉사에 나선다. 달서노인복지회관, 천사의집 무료급식소, 안나요양원 등에서 정기적으로 마술봉사를 한다. 또 다른 복지시설에서도 요청이 오면 기꺼이 마술봉사에 나선다. 대구경찰청 행사 때도 가끔 마술을 선보여 경찰관들에게 마술경찰관으로 인기다. 그의 빛바랜 수첩에는 다음 달까지 마술봉사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는 마술봉사 이외에 학교폭력 예방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년부터 만촌지구대 관내 초'중'고 27개 학교를 모두 돌며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했다. 그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나서면 마술을 보여주며 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마력이 있다. 학생들의 인생관 확립과 인사 잘하기 등에 교육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은 무엇보다 밥상머리교육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녀와 자주 대화를 나누고 고민을 들어주면 올바르게 자랄 수 있겠죠."
그는 어린 시절에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 그늘에서 성장했다. 10년 전에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까지 떠나보낸 그는 어르신들만 보면 할머니 생각이 떠올라 어르신들에게 봉사를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설 명절 때도 폐지 줍는 할머니들을 찾아 작은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복지관, 무료급식소, 어린이재단 등에도 매월 일정액씩 지원하고 있다.
김 경위는 1986년에 순경으로 경찰에 몸을 담은 뒤 대구 중부'동부경찰서를 거쳐 지금은 수성경찰서 만촌지구대에서 순찰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모범 공무원에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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