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민기(28)는 자신의 첫사랑을 조금은 지질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10년이 지난 기억이지만, 아직도 또렷하다.
"제 첫사랑은 동희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헤어지고 술 먹고 울고불고했죠.
주위에서 애들이 위로해줬던 것 같고, 눈을 떠보니 길바닥에서 널브러져 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 사랑은 저한테 무척 아팠던 기억이에요.
44일 사귀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3년을 힘들게 했어요."
이민기가 말한 동희는 영화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의 남자주인공.
3년차 직장 비밀연애 커플 이동희와 장영(김민희)이 헤어진 후에
직장동료로 돌아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사랑했을 때보다 더 부딪치는 남녀는 또 서로 필요로 하게 되는 것 같은데, 다시 또 사랑하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만다.
이민기는 과거 연애 상대와 헤어짐과 만남의 반복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과거 여자 친구들과 싸우고 헤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내가 원하는 쪽으로 기억이 편집된 것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안 좋게 헤어진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영화 내용이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민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영화 속 상황에 100% 공감이 갔다. 현실의 연장선에 있는 영화인데 관객들과 공감대를 쌓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이해되지 않는 신이 하나도 없었다. 감독님이 몇몇 신이 이해되는지 물었는데 당연히 된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과거에는 이민기도 유치했기 때문이리라. 여자 친구가 다른 사람과 있는 걸 봤을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선후배 사이인데 그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단다. "왜 나랑 있지 않고, 걔랑 있어?"라는 유치한 말을 하며 싸웠고, 또 여자 친구의 집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10대 땐 유치하기도 하면서 순수했다고 할까?
★다시 연애하게 된다면… 동희만큼 뜨겁게
하지만 연예계에서 활동하며 조심스러워졌다.
"이쪽 일을 하며 연애를 하는데 조심스럽고, 또 실수하는 게 두려워 더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 했다"는 그는 '연애의 온도'에 참여해 보니 "정말로 이런 연애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할 때 동희만큼 뜨거워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다시 연애하게 된다면 동희가 보여준 감정을 다 써보고 싶다"고 했다.
"솔직히 연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같이 수다 떨고, 밥 먹고,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술 먹고, 여행 가고 그랬죠. 굳이 연인이 필요한가 싶었어요. 연인을 향한 감정을 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그런 감정을 사용하고 느껴보니 나쁘지 않던데요?"(웃음)
이민기는 "어떤 분은 영화를 보고 '연애 못 하겠다' 했는데 난 반대로 정말 이런 연애를 하고 싶다. 내 감정을 너무 숨겼다. 너무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나 한다"고 반성했다.
상대역 김민희와는 묘한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김민희는 이민기가 배우가 되기 이전 가장 좋아했던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인연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인생이란 게 참 희한해요. 내가 이 사람(김민희)을 좋아했을 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어요. 영화를 하게 되면서 민희 씨를 만나게 돼 반가워요."(웃음)
그는 또 "영화 '화차' 뒤풀이에서 민희 씨를 만나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옛날부터 팬이었고 좋아했었다'고 고백을 했다"며 "서먹하던 때였는데 '감사합니다'라며 쑥스러워하더라. 나중에 다시 '연애의 온도'를 촬영하면서 만났는데 신기했다. 편해지려고 노력했고 자주 보니 조금은 더 편해졌다"고 좋아했다.
물론 동료 이상의 감정은 아니다. 혹시 작업을 같이하며 더 좋은 쪽으로 발전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하니 "좋아했던 연예인이라는 기억이 남은 거지, 감정이 남아있는 건 아니다. 반가운 마음이고 신기한 인연일 뿐"이라고 현답했다.
전작 '오싹한 연애'에서는 손예진과 '퀵'에서는 강예원과 호흡을 맞췄다. 매력적인 여성들과 잇따라 호흡을 맞추는 기분은 어떨까. "당연히 좋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감정선 드러낸 '욕' …관람등급 아쉬워
요즘 들어 이민기는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에 자주 얼굴을 비춘다. 그는 "뻔하지 않은 작품들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호러가 가미된 로맨틱 코미디(오싹한 연애), 어쩌다 폭탄을 배달하게 된 퀵서비스맨(퀵), 현실 연애 이야기(연애의 온도) 등에 참여했다. 그 과정이 독특하고 재밌었다"고 짚었다.
이민기는 또 "내가 참여한 영화 속 모든 캐릭터가 다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인물들"이라며 "차기작도 영화가 될 것 같다. 또 독특하고 재밌는 작품으로 관객을 찾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연애의 온도'가 비속어, 사내 불륜 등을 이유로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욕 같은 부분은 캐릭터의 감정선을 드러내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다행히 박스오피스 1위(26일 영진위 기준)를 달리고 있다.
진현철(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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