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상주박물관에 소장" 민간활동 주목

이달말까지 유치위 설립키로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공개가 기약이 없는 가운데 상주지역에서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 공개되면 상주박물관에 소장하도록 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활동이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

상주지역 문화예술'유림'종교 단체 관계자 10명은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상주 유치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고 9일 밝혔다.

준비위는 이달 말까지 50명 이내의 각계각층 인사로 본 위원회를 설립한 뒤 활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들은 상주본이 상주에서 발견된 국보급 문화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상주시가 운영하는 상주박물관에 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주본의 행방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배익기(50) 씨가 아직 공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배 씨는 지난해 9월 7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난 뒤 현재까지 상주시 낙동면 자택에 머물고 있다. 당시 법정에서 무죄를 입증받으면 상주본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무죄 선고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석방 후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휴대전화마저도 중지시킨 채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등 사실상 칩거 상태에 있다.

추진위는 "배 씨가 아직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확한 속내를 알지 못해 답답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배 씨가 밝힌 표면적인 미공개 이유는 본인의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진술을 한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고소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 배 씨는 이들 때문에 1년여의 억울한 옥살이를 했기 때문에 이들의 혐의가 입증돼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 씨는 "지금 당장 공개하면 민사소송에서 이긴 조모(68) 씨의 기증식 효력 때문에 내 뜻과 달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될 공산이 크고, 기증자도 내가 아니라 조 씨로 된다"고 말했다. 배 씨는 최근 서울의 한 민영박물관에서도 유치 제의를 받은 바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배 씨는 석방 후 본지와의 인터뷰(2012년 9월 8일 자 2면 보도)에서 훈민정음 해례 간송본이 서울에 있으니 국립박물관인 대구박물관 등 지역박물관에 소장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주 유치 준비위원회는 "대구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시 서울로 갈 수 있지만 상주박물관에 유치하면 그럴 일이 없다"며 "배 씨를 설득해 꼭 상주박물관에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을 소장토록 해 경북지역의 대표문화유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주'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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