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대구 중구 남성로 약령시 한약재품질인증센터 앞. 도로 한중간에 깊이 3cm, 너비 1m 규모의 구덩이가 보였다. 도로를 덮고 있던 석재블록 수십여 개가 차량에 짓눌려 깨진 것. 도로 주변에는 깨진 석재블록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차량이 지나가자 남아있던 석재블록도 깨어지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곳에서 30m쯤 걸어가자 또 하나의 구덩이가 나타났다. 떨어진 석재블록 5개는 도로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 구덩이 주변 다른 석재블록은 차량이 지나갈 때면 들썩거렸다. 운전자는 덜컹거리는 도로 위에서 곡예 운전을, 보행자는 거리 위 블록 파편을 피해 위험한 보행을 해야 했다.
대구 대표 관광지인 약령시 한방테마거리 석재블록 파손이 잦아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등 대구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있다.
◆깨어지고 금 가고…
대구 중구청은 지난 2001년부터 4년간 약령시 한방특구 사업의 하나로 대구 중앙파출소에서 약령서문까지 이어지는 남성로 600m 구간에 11억여만원을 들여 '한방테마거리'를 만들었다.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밝은 회색과 붉은색 석재블록으로 도로를 꾸며 약령시의 예스러움을 더한 것.
하지만 수억원을 들여 조성된 한방테마거리가 깨진 석재블록과 도로 군데군데 이뤄진 보수공사로 누더기처럼 변했다.
블록과 블록 사이를 메우기 위해 덧씌운 콘크리트가 깨진 경우도 부지기수. 넓어진 틈새 사이에 박힌 담배꽁초는 거리 오염을 일으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석재블록 보수공사 때 덧바른 콘크리트에 빗물이 스며들어 생긴 하얀 얼룩 역시 거리 미관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다.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로 구간에 이뤄진 긴급 보수 공사만 74차례.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하는 작은 규모의 보수 공사까지 더하면 보수 공사 횟수는 매년 수십 차례에 이른다.
잦은 보수 공사로 인해 인근 상인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공사 기간이 2, 3일 걸려 차량 통행에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약령시를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성로에서 약업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길을 걷다 깨진 석재블록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보수 공사를 하는 모습이나 석재블록이 깨져 더럽혀진 거리는 약령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손 원인은 오리무중
중구청은 석재블록이 깨지는 원인에 대한 정확한 파악도 없이 블록이 깨질 때마다 주먹구구식 보수 공사만 하고 있다. 석재블록의 두께가 얇은 상태에서 차량 통행이 많은 것을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남성로는 지난 2009년 중앙로 일대가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면서 통과하는 차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남성로에 사용된 석재블록의 두께는 고작 3~4cm. 중구청에 따르면 도로 포장재 종류에 따라 보도블록 두께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통상 도로용으로 사용되는 블록은 두께가 6~8cm이며 인도용은 3cm이다. 서울 광화문 광장이 인도용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6~10cm 두께의 석재블록을 사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성로에 사용된 석재블록은 두께가 턱없이 얇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석재블록의 품질이나 시공 능력에 따라 석재블록의 내구성이 결정된다고 했다. 대한토목학회 도로분과위원회 이승원 간사는 "석재블록이 아스팔트보다 내구성이 반드시 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석재블록의 내구성은 석재의 품질이나 시공'유지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깨지는 정도가 잦다면 그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차량 통행량을 제한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약령시 보존회 공영권 이사장은 "이전 아스팔트보다 거리가 환해지긴 했지만 좀 더 두꺼우면서 내구성이 강한 도로 포장재를 사용해 잦은 보수공사로 인한 불편함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형성되면서 남성로를 통행하는 차량이 많아졌다"며 "아스팔트가 승차감이 가장 좋고 유지 보수가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석재블록을 사용한 것이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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