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티 수엇(36'여) 씨는 언청이 환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그의 갈라진 입술 사이로 치아가 튀어나와 있어 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말을 할 때마다 입을 가리고 속삭이는 모습에서 힘들게 살아온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여럿이 모여 밥 먹을 때 음식물이 새어 나와 불편하고 많이 창피해요. 이야기할 때는 거의 고개를 들지 않아요. 무엇보다 애들이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것 같아서 항상 슬펐어요."
남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삶조차 포기하며 살았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언청이 환자였던 사촌 동생이 지난해 한국인 의사에게 수술받고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부푼 희망을 안고 오토바이로 4시간을 달려 병원에 왔다.
수엇 씨의 수술은 경북대병원 성형외과 조병채 교수가 담당했다. 조 교수는 수엇 씨의 입술뿐 아니라 코까지 새로 다듬어줬다.
조 교수는 "산속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이번 수술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장애이지만 이 수술로 환자 삶의 질이 조금 높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2시간 남짓한 수술 뒤 수엇 씨는 '평범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마취에서 깨자마자 조 교수와 천정애(41) 간호사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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