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릉∼쾅쾅, '귀' 닫고 싶은 대구

대구지역 도로변과 학교, 일반주거지역의 소음이 심각해 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민들 "못살겠다"=도로와 공사장 등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주민들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소음이 빌미가 돼 주먹 다툼을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10일 오후 7시 30분쯤 대구 동구 율하동 도로에서 경적소리가 시빗거리가 돼 운전자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 A(23) 씨의 차량과 B(31) 씨의 차량이 마주 보면서 엇갈려 운행하던 중 B씨가 경적을 울리자 A씨가 시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도 이에 질세라 욕설을 내뱉었고 결국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주먹을 휘두르고 차량 뒷거울을 발로 차는 등 폭력으로 이어졌다.

대구 남구 대명동 계명네거리 인근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 조모(53) 씨는 "도시철도 3호선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계와 철제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인근 아파트 재개발 공사장을 오가는 대형 화물차와 레미콘 차량으로 인해 도로 소음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신천 4동 동대구역 건너편의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선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공사장 소음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서홍명 신천4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지역의 발전을 위해선 필요한 공사지만 건물철거작업과 바닥 다지기 공사 등으로 인한 소음 불편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수성구의 신천 좌안도로 공사장 인근 파동과 4차 순환도로 건설현장 인근 범물동 주민들은 발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수차례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곳의 주민들은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아침부터 소음이 발생하고, 발파 땐 창문이 흔들리고 복도와 계단 일부에 금이 가는 등 피해를 겪어왔다.

대구 북구 복현동의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앞 건물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수개월째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고 있다고 구청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굉음과 먼지, 쾅쾅대는 공사 소리에 창문 하나 열지 못해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소음 저감 대책 마련해야=소음은 청력 손실과 이명 등 청력에 영향을 미치고, 생활에 방해를 가져와 초조, 불쾌감, 불면증, 식욕부진 등을 일으킨다.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대구 환경소음의 주요 발생 원인인 도로소음을 줄이기 위한 교통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에 따르면 ▷병원 실내에서 30㏈(A) 이상이면 수면방해 ▷학교 실내에서 35㏈(A) 이상은 의사소통 방해 ▷학교 실외에서 55㏈(A) 이상은 불쾌감 ▷주거환경 실외에서 55㏈(A) 이상은 심한 불쾌감 ▷교통지역에서 70㏈(A) 이상은 청력장애 ▷공공장소 실내'외 85㏈(A) 이상은 청력장애 등의 인체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교통소음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부산, 인천, 성남, 남양주 등 4개 도시를 대상으로 '소음지도' 제작 사업에 들어갔다"며 "소음지도를 바탕으로 소음 발생량과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지역마다 필요한 소음 관련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희봉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 생활안전과장은 "자동차와 건설 공사장, 확성기 등 도시에서 흔히 발생하는 환경소음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며 "자동차 경적사용 자제와 소음저감장치 부착, 공사장 인근 방음벽 설치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해오고 있다"고 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