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추구하는 삶의 최고 목표는 자신의 도덕적 인격을 완성하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유학자들은 어릴 때부터 철저한 인격 수련과 학문 연마의 과정을 거쳤다. 따라서 성인이 되면 과거를 통해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이 배운 것을 사회적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했고, 또 벼슬에서 물러나면 향촌으로 돌아가 후학들을 양성하며 학문을 정리하는 일에 전념했다. 선비라면 이 모든 과정을 마땅히 수행해야 할 사회적인 책무로 여겼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에 전시된 '유학자의 일생'이란 글귀이다. 한 시대를 이끈 사회의 주체로 학문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했던 조선의 선비는 한국적 리더십의 전형으로 오늘 우리 사회 지도층과 지식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이희승 선생은 '딸깍발이'란 수필을 통해 이 같은 고유의 선비 정신을 되새겼다. '딸깍발이'는 '남산골샌님'의 별칭으로 궁핍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의지와 지조를 지키며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옛 지식인의 참된 모습을 말한다.
가난함에도 비굴하지 않고 불의를 따르지 않으며, 품위를 결코 잃지 않는 선비 정신을 강조하면서 이기주의의 늪에 빠져 눈앞의 일에만 급급한 현대인들의 약삭빠른 삶을 경계한 것이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지조론(志操論)이란 유명한 글을 남겼다. 친일파가 고개를 쳐들고 정치 일선을 헤집고 다니며, 신념과 지조의 개념조차 없는 정치 지도자가 시류에 영합하며 변절을 일삼는 세태를 냉철한 지성으로 비판한 것이다.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은 우리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도 온몸으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해왔던 지성인이요, 역대 정권의 잇단 영입 제의에도 정치의 탁류에 한 번도 몸을 담그지 않았던 선비였다.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이 경북의 선비 정신과 영남 선현들의 얼을 보급하기 위한 선비 아카데미 과정을 5월부터 개설한다고 한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초등학생을 위한 선비 정신 체험 교재(선비 정신의 향기, 선비 정신을 찾아서)를 발간한 데 이어 중고생과 일반인을 위한 교재도 개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지사적 품격을 지닌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가 과연 몇이며, 선비적인 지조를 갖춘 학자와 지식인은 몇이던가. 또한 우리 스스로의 삶은 떳떳할까. 선비 아카데미와 선비 정신 교재가 더없이 절실한 시대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