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무 잎맥부터 청소기 자취까지 '線=예술'…'링크'전

봉산문화회관 기획전시 유리상자 아트스타의 전시로 신강호 '링크'전이 26일까지 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유리 상자의 전시장 안에는 흰 나무 몇 그루가 세워져 있다. 흰색의 나무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이것은 PVC 파이프에 투각한 것으로, 투각을 통해 나무의 안과 밖이 연결된다. 원통형의 PVC와 나무의 이미지는 어쩌면 인간의 건축용 재료와 자연물의 대표 이미지의 만남일지도 모른다. 두세 겹의 구조를 가진 채 속이 비어 있는 나무는 그물망으로 표현돼 있는데, 이는 모세혈관 또는 잎맥처럼 전체가 하나의 조직체를 이루는 생태계의 연결망을 은유한다.

전시장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닥에 희뿌연 선들이 보인다. 가루로 만들어진 그 선은 규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어떤 규칙성을 찾기 힘들다. 그 선에서 또 다른 형상을 찾아내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전시장 바닥에 드러난 이 선들은 굵고 규칙적인 직선을 반복적으로 긋는 로봇청소기의 드로잉 동작이다. 현대 과학이 만들어내는 현실의 풍경인 것이다.

무당벌레 모양을 한 로봇청소기는 회색 모래를 흡입하고, 또 모래를 다시 배출하면서 동선을 그린다. 그 행선지에 따라 무작위적인 선이 그려지기도 하고, 지워지기를 반복하다.

정종구 전시기획담당자는 "작가가 상상하는 자연과 문명 사이의 연결을 위해 로봇청소기가 그려내는 선적 구조는 그물망으로의 진입통로로서 연결성 혹은 안과 밖의 경계에 지속적인 링크를 시도하는 현대문명의 상징적 조형언어로 읽힌다"고 말한다. 053)661-3081.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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