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논쟁] "직장 갈등 협의회서 해결 가능" vs "집행부 독선 견제 장치 필수\

연구원 노조활동 필요하나

다이텍연구원 이도현 전략기획본부장
다이텍연구원 이도현 전략기획본부장
공공연구노조 김형섭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지부장
공공연구노조 김형섭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지부장
대구경북연구원이 있는 대동타워(사진 위)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건물.
대구경북연구원이 있는 대동타워(사진 위)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건물.

최근 대구경북연구원(대경연)과 한국패션산업연구원(패션연) 등 연구기관의 노조와 해당 기관장이 갈등을 겪었다.

대경연 설립 20여 년 만에 탄생한 노조는 내부고발을 통해 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였고 패션연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감사를 받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패션연은 신임 원장 후보가 자진 사퇴하면서 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기까지 했다.

대구의 연구원 중 최초로 노조가 생긴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노조가 없는 다이텍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이텍연구원 이도현 전략기획본부장

-다이텍연구원은 노조가 없다. 왜 그런가.

▶우리도 과거 노조가 생길 뻔했지만 연구원 측과 직원들이 합의점에 도달하면서 노조가 아닌 협의회를 구성했다. 우리는 노사협의회인 '한마음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팀장협의회와 전략위원회 등 3개 분야의 협의회가 있다.

노조가 없는 이유는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3개 협의회가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직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다른 연구원의 경우 노조가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의 지부 형태로 운영된다. 서로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 연구원의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다이텍연구원의 미래를 위해서만 생각하고 움직인다. 다른 연구원 노조의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협의회가 노조를 대신한다고 보나.

▶당연하다. 노조가 생겨나는 것은 직원들이 자신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4년째 3개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협의회에서 나온 이야기는 100% 연구원 측에 전달된다.

특히 직급별 협의회가 구성돼 있기 때문에 서로 간의 견제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팀장협의회는 팀장급 직원들이 모여 구성된다. 이곳에서 나온 의견은 상급자인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원장에게 전달된다. 본부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의견을 묵살하는 일을 방지해 직원의 불만을 없앤다. 노조라는 것이 원장과 본부장, 이사 등 개인적인 권한을 가진 이들의 독단적인 행위를 막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본다면 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임금협상에서도 불리하지 않다. 협상은 말 그대로 서로 협의를 통해서 적정한 수준을 만드는 것인데 노조와 사측이 지나치게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집하면 결국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협상 과정을 모두 직원에게 공개해 협의를 이끌어낸다. 연구원의 재정 상태와 향후 사업계획 등을 알려 예산 범위를 공개하고 직원들에게 적정 수준을 제안한다.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직원 복지 역시 노조를 통하지 않고 자발적인 협의회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2002년부터 복지기금을 운영해 현재 자산이 약 4억5천만원에 달한다. 복지카드와 학자금 지원, 상조회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원 예산을 따로 쓰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연구원의 재정도 나아져 연구 본연의 역할이 강화되기도 한다.

-연구원이 노조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을 보면 노조의 간섭으로 업무가 많이 위축된 것 같다.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물론 인사 비리 등을 저지른 인물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현 본부장이 원장 후보로 선출됐음에도 사퇴한 이유로 연구원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물론 이면에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외부적으로 패션연은 노조와 깊은 골을 형성한 상태다.

또 대부분 노조는 독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연구원의 운영에서 문제가 생기면 노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노조 안에서도 독재가 존재하기도 한다. 노조의 소수 책임자가 마치 모든 노조원의 의견을 대표하는 듯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일반 직원들 역시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것처럼 연구원 노조에 모든 것을 맡기는 제3자의 태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결코 연구원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본 도레이가 강조한 '공동체 의식'이 우선된 협의회가 필요하다. 노조는 소통 창구가 단 하나이다. 일반연구원과 팀장급, 본부장급 등 직책이 다양하듯이 이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하지만 노조는 이들을 모두 같은 취급을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다양한 부분들의 대안을 만들면 노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들이 오히려 노조가 빠질 수 있는 오류를 막기도 한다는 것이다.

◆공공연구노조 김형섭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지부장

-연구원 노조는 어떻게 운영이 되는가.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 있다. 지역의 각 연구원은 공공연구노조의 지부 형태로 운영된다. 나는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지부장을 맡고 있다.

연구원 노조의 업무는 일반 사기업의 노조와 별반 차이가 없다. 연구원을 운영하는 원장과 이사회 등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부당한 인사나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노동조합이 제대로 굴러가는 회사는 아주 망하든지 아주 성공하든지 결과가 극단적이다. 국내 기업 중 세계적인 회사로 나아가는 기업 중에 강성 노조를 가진 기업들이 많다. 사측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인 조직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대해 노조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나아가는 기업은 오히려 직원의 마음을 잃고 효율성이 떨어져 도태된다고 본다.

-연구원 노조의 당위성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노조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단체다. 임시로 만들어낸 협의회 등과는 설립 목적이나 근거 등이 전혀 다르다.

또 연구원은 기업과 달리 본연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 연구원 소속 직원들이 다양한 연구개발에 집중해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다르다. 이러한 점에서 연구원은 자칫 잘못된 길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원 운영의 권한 대부분이 이사장과 원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하나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경영이 돌아가는 반면 연구원은 연구가 목적이다 보니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 이 부분이 하나의 맹점이 될 수 있다. 기업은 재무구조와 매출, 경영 기록 등을 바탕으로 감사를 받는 등 기록 등이 공개되고 있지만 연구원은 이사장과 원장, 본부장 등 권한을 가진 개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연구원 운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는 것이 연구원 노조의 역할이다. 우리 연구원 노조는 원장 공개채용이라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연구원장은 시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립적인 인물이 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노조는 원장 공개채용을 연구원에 요청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최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노조가 원장 선임에 관여한 것은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한 행동이 아니겠는가.

-연구원 노조의 지나친 간섭과 과잉행동이 연구원의 업무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조와 기관은 공생관계다. 해를 끼치는 집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노동조합이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는 아주 망하거나 아주 성공하는 극과 극의 경우가 많아 이 때문에 노조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측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지적하고 바로잡으려는 조직은 잘못되지 않는다. 섬유산업에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연구원의 노조는 이러한 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지자체와 정부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을 요구하는 것이 노조의 할 일이다. 과잉행동은 아니다. 사측은 노조가 무서우면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원 노조는 전국공공연구노조 지부로 있기 때문에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연구원 네트워크를 통해 결속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연구원에 노조가 없으면 밑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 우리 연구원의 역사에서 보면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 직원들의 합리적인 생각이 윗선에 제대로 전달된 경우가 적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문제점을 상사에게 곧바로 보고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거다.

-다이텍연구원은 노조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개연과 다이텍은 운영 방식이 다르다. 다이텍은 스스로 노조를 대신할 조직을 만들어 해결하고 있다. 잘못된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섬개연이 다이텍처럼 바뀐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불필요하거나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원의 수장은 임기가 끝나면 바뀌기 마련이다. 이들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의 생각에 맞춰 운영을 바꿔가면 연구원은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원에도 노조가 계속해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비리 부분도 노조에서 강력하게 얘기를 할 수 있어 불거졌다. 이는 노조의 긍정적 역할이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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