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일본의 윤리 수준

2차 대전 때 소련이 독일군을 꺾고 서쪽으로 진격하면서 이전의 독일 점령지는 소련군에 의한 방화, 약탈, 강간의 생지옥이 됐다. 특히 소련 병사의 강간은 무자비했다. 어린애와 할머니를 가리지 않았다. 수녀나 임부(姙婦), 막 진통을 시작했거나 갓 해산한 여성도 예외가 아니었다. 스탈린은 이런 잔학 행위를 명령하지 않았지만 막지도 않았다. 이런 암묵적 허용을 배경으로 소련 병사들의 무차별 강간은 무한 질주했다. 소련군에게 강간당한 독일 여성은 200만 명에 이른다.

소련 병사들은 강간에 아무런 죄의식도 없었다. 그들에게 강간은 전쟁의 일상사이자 독일군에게 희생된 동포의 복수이고 정복욕의 배설이었다. 1945년에 독일 영토인 동프로이센에서 포병 장교로 있었던 러시아 소설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회고는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그 아가씨들이 독일 여자로 판명되면 강간한 뒤 곧바로 사살할 수 있으며 이것은 거의 전공(戰功)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수였지만 이런 만행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티토와 함께 반(反)나치 저항 투쟁을 벌였던 유고슬라비아의 밀로반 질라스가 그랬다. 그는 소련군이 유고슬라비아 여성을 강간하고 있다며 스탈린에게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질라스는 이런 일장 훈시를 들어야 했다.

"당신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읽었는가? 인간의 정신, 인간의 심리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아는가? 스탈린그라드에서 베오그라드까지 전우와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주검을 넘어서 쑥대밭이 된 자기 나라 땅 수천㎞를 지나며 싸워 온 남자를 상상해 보았나? 그런 남자가 어떻게 정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겠나? 그런 참상 뒤에 그가 여자하고 재미 보는 것이 무에 그리 심한 일인가?"

사로잡힌 여자를 윤간하고 살해하는 것이 '여자와 재미 보는 것'이라는 이런 도덕적 파탄이 오늘날 일본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일본군 병사들은) 총탄이 비바람처럼 교차하는 중에 목숨을 걸고 달렸다. (그들을) 어딘가에서 휴식하도록 한다고 할 때 위안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라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발언은 강간에 대한 스탈린의 인식을 쏙 뺐다. 일본 극우 세력의 윤리 의식은 이렇게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내려왔다. 이런 자가 차세대 총리감이라고 하니 그 나라 수준도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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