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기 문란 범죄 불구속, 누가 받아들이겠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검찰이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애초에 구속 방침을 결정했다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혀 내린 결론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위반죄 적용을 관철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법 논리가 정치 논리에 밀려 어정쩡하게 타협한 결과이다. 채동욱 총장 체제의 검찰이 '정치 검찰'의 멍에를 벗을 기회를 놓쳤다.

국정원의 수장이 직원들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하고 경찰 고위 간부가 수사 내용을 축소'조작하려 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제도를 뿌리째 뒤흔드는 범죄 행위이다. 국기를 문란케 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구속 수사가 타당함에도 이를 포기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팀이 의욕적인 수사를 벌였으나 채 총장이 이를 살리지 못해 검찰 독립성이 또다시 훼손되고 말았다.

황 장관은 이번 수사가 정권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해 선거법 적용에 반대하고 구속영장 청구도 막았다고 한다. 파장이 큰 수사 지휘권 발동을 피하고 검찰에 자기 의견을 강요함으로써 시간을 끌어 결과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검찰 중립과 수사의 공정성을 지켜줘야 할 법무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를 의식한 과잉 충성으로 있을 수 없는 행태를 보여 검찰을 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번 수사의 결론은 법치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게 됐다. 수사 과정에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 사안에 대해 유독 말을 아끼는 박 대통령도 침묵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 수사 결론이 도출된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잘못이 있는 사람은 처벌하는 데 결단을 내려야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며, 북한의 위협을 간과하는 발언이 역사적 망각이며 대한민국에 대한 배신이라고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26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나름(이음률)이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가 아이돌로 데뷔했다고 폭로하며 학폭의 고통을 회상했다. 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