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첫 천연식초학교 연 구관모 씨

"식초 종주국 위상 회복…초 익을 때마다 조상지혜 감탄"

"전 국민에게 전통식초 제조법을 전수해 우리나라의 식초 종주국 위상을 되찾고 싶습니다."

20년 동안 대구에서 천연식초를 연구하는 구관모(68) 씨. 그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천연식초 비법을 알리기 위해 식초 학교를 열어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94년 국내 최초로 천연 양조식초인 송엽, 다슬기, 유정란, 오디, 해삼 식초를 제조해 발명특허까지 받은 식초 연구의 명인이다. 그는 지금껏 10가지 이상 천연식초를 연구했고 3년 이상 숙성시킨 흑초 제조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식초 학교를 열어 제1기 50명을 수료시킨 데 이어 5월부터 2개월 과정으로 제2기 50명에게 천연 양조식초 제조법을 전수하고 있다. 강의는 누룩 만들기, 술 만들기, 천연식초 만들기 등 실습 위주다. 천연 양조식초를 만들기 위해선 술 담그기가 핵심. 누룩과 쌀, 물로 술을 빚은 다음 1년 이상 숙성시켜야 식초가 된다. 식초 학교에는 전통식초를 배우기 위해 신부, 한의사, 스님 등 전국에서 몰려와 열기가 대단하다. 식초 학교에는 암과 식초 관련 건강강좌도 함께 열리고 있다.

"정말 좋은 천연식초를 만들려면 우선 술부터 잘 만들어야 합니다. 재료를 엄선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술과 식초는 자연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공기와 물도 좋아야 해요."

그는 몸에 가장 좋은 식초는 천연 양조식초라 확신한다. 식초는 산성 식품이지만 몸속에서 분해되면 알칼리성으로 변해 성인병을 일으키는 산성체질을 개선해주기 때문이다. 또 식초는 단일식품으론 노벨 의학상을 3회나 수상할 만큼 발효공학의 진수로 꼽힌다.

"300년 전통의 식초 양조장이 수두룩한 일본에서는 요즘 식초 천지개벽이 일어나고 있어요. 양조장마다 술을 담근 항아리만도 5만, 6만 개에 이르죠. 하지만 일본은 술을 담근 항아리만 많을 뿐 식초 종주국이란 증거는 없어요."

그는 식초 항아리인 초두루미를 사용한 우리나라가 식초 종주국이라 했다. 그는 불로장생의 상징인 학의 이름을 따서 만든 초두루미 내에서 술이 초가 되는 과정을 느낄 때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경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초두루미는 민중의 애환이 녹아 있는 한민족의 자산임과 동시에 스스로 숨을 쉬고 온도를 조절하는 신비한 항아리다. 그는 전통식초를 제조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초두루미 3천여 개를 수집했다.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각 가정에서 초두루미를 부엌 입구에 두어 어머니들이 부엌을 드나들 때마다 '초아, 너와 나와 살자'하며 정성껏 흔들어 주는 정겨움을 볼 수 있었어요."

그는 천연식초를 연구한 계기도 이채롭다. 전파상을 운영해오던 그는 1980년대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파산했고 택시운전사로 생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운전 과로로 간경변을 앓기까지 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한 권의 책을 접하면서 식초가 몸속의 독기를 없애는 천하의 명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식초 연구에 나섰던 것.

'식초로 인류를 구하자'가 신념인 그는 '천연식초를 알면 암은 없다' 등 저서 5권도 발간했다. 그의 꿈은 식초박물관을 만드는 것. 식초박물관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 천연식초의 맥을 잇고 싶은 마음에서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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