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뻥축구' 하다 이란 역습 한방에 '굴욕'

작전 등 부족 "이길 수 없는 경기"…관중 물병·맥주캔 던져 눈살

축구팬들을 비롯한 전 국민이 기대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의 명예회복은 끝내 없었다. 오히려 장외 설전을 펼쳤던 이란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18일 밤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0대1로 한국이 뒤진 가운데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고, 승리한 이란 선수들이 얼싸안고 조 1위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기쁨을 누렸다.

이를 지켜보던 관중이 물병과 맥주 캔 등을 던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장외 설전에서부터 이날 경기장에서까지 얄미운 모습을 보인 이란에 대한 분노의 표시였지만, 졸전을 보인 한국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천신만고 끝에 브라질행을 확정 지었으나 마지막까지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이날 중동의 강호이자 난적인 이란을 맞아 전반전 일방적으로 파상공세를 퍼붓는 등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보이고도 역습 한 방에 실점하며 0대1로 무너졌다. 후반 15분 중앙 수비수 김영권의 한 차례 실수가 그대로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란의 레자 구차네자드는 김영권이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공을 빼앗아 드리블한 후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한국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전반전 내내 수비로 일관했던 이란은 후반전 초반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고 여기에 한국 수비진이 당황해 하면서 실수를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날 이란은 뜨거운 장외 설전과는 달리 철저히 실리 축구를 폈다. 한국과 비기고 우즈베키스탄이 카타르에 이기더라도 골득실에서 절대 유리한 입장이었던 이란은 수비에 잔뜩 무게중심을 뒀다. 골을 넣지 못하더라도 절대 실점을 하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한국으로선 전반전에 득점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이동국과 김신욱을 최전방에, 손흥민과 지동원을 좌우 날개에 세운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며 골 사냥에 나섰다. 전반 20분 이동국이 헤딩으로 떨어뜨린 공을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전반 40분에는 손흥민이 돌파 후 이명주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어줬으나 이명주는 상대 수비수, 골키퍼와의 몸싸움에서 밀리며 넘어졌다.

한국은 후반 실점 후에도 교체 투입된 이근호와 공격에 가담한 김영권 등이 여러 차례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잡았으나 이란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공세로 한국의 슈팅을 막아냈다.

골 지역 중앙에 세운 김신욱과 이동국을 향해 올리는 크로스 일변도의 단조로운 한국 공격에 이란은 키 큰 선수들을 수비라인에 배치하며 효율적으로 대처했다.

최강희 감독의 작전 능력과 골 결정력 부족, 매 경기 잦은 선수교체에 따른 유기적인 플레이 실종 등으로 한국은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하고 말았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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