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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 경산시 '공정한 인사'가 나이순?

27일 최영조 경산시장이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보궐선거로 취임한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이번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들의 승진 인사에 대해 경산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승진하려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나이가 많아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최 시장은 공정한 인사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전임 시장이 공무원 승진 인사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 중도에 사퇴하면서 공무원들의 인사 질서가 무너지고 사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최 시장은 "승진 후보자 명부상 순위, 연령, 능력 있는 직원의 발탁 등 세 가지를 각각 3분의 1 정도씩 반영한 인사를 통해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세 번째 인사를 앞두고는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인사 실천을 위해 인사 청탁을 근절하겠다"며 "인사 청탁자는 명단을 공개하고 능력 부재자로 간주해 철저히 배제해 반드시 인사상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공감하는 소통 인사를 단행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 시장 취임 이후 세 차례의 승진 인사는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조화한 인사라기보다는 일관성이 없고 공직생활을 오래한 공무원들이 '확실히' 유리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번에 단행한 5급 이상 간부 공무원 승진 인사에도 이 같은 적용은 예외가 아니었다는 평이다.

나이가 많다고 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퇴직에 앞서 '택호'(宅號)를 갈아주기 위해 승진의 혜택을 준다면 조직이 활력을 잃게 된다는 지적이 많다. 경산시 공무원들은 "인사 청탁을 하는 공무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최 시장의 발언도 인사철만 되면 으레 하는 말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승진 인사를 앞두고 인사 청탁자는 부지기수였고, 그 결과 외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경산시 공무원들 사이에 떠도는 "맡은 바 자리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능력을 발휘하면 뭐하냐. 나이가 들면 승진하는데…"라는 비아냥은 공무원 조직이나 시민들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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