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정은(29'여) 씨는 지난달 남동생에게 고가의 스마트폰을 택배로 보냈다. 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택배는 도착하지 않았고 택배회사는 이 씨의 택배가 분실됐다는 연락만 해왔다.
이 씨는 다행히 택배를 부칠 때 보험을 들어놨지만 90만원대의 스마트폰이 분실된 뒤 지급된 보험료는 20만원에 불과했다. 이 씨는 "택배회사에 항의하자 회사 측은 내용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책정된 보험료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택배업체들이 배송 중 분실 및 파손된 고가품에 대한 보상에 소극적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값이 비싼 물건일수록 보상을 받는 데 어려움이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택배 이용 불만 급증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소비자고발센터 등에 4~6월 사이 접수된 택배 이용 불만 상담 건수는 2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건)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업체별로는 CJ대한통운(126건)이 가장 많았고 한진택배가 2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택배와 옐로우캡, 로젠택배는 각 10건, 기타 택배사는 34건을 기록했다. 피해 내용은 배송 지연(80건)이 가장 많았고, 수하물 분실(60건), 배송기사 불친절(28건), 물품 파손(26건), 오배송(14건) 순이었다.
택배 분실의 경우 수취인 확인 없이 주소지 앞에 물건을 두고 가는 바람에 발생하는 사건이 빈번했다. 특히 최근 들어 휴대전화 등 고가품 분실에 대한 소비자 불만 제보가 잇따라 접수되는 추세다.
배송 지연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4월 초 허브 터미널 증축에 따라 일부 배송이 지연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분실된 상품 보상 범위 두고 옥신각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다 맡겼던 상품이 분실되는 것도 속상한 일이지만,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소비자와 택배업체 사이에 실랑이가 많다.
최모(24) 씨는 수리를 맡겼던 DSLR 카메라를 한 달째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카메라 본체와 렌즈, 메모리카드 두 장을 6월 초 CJ대한통운을 통해 받을 예정이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도착하지 않아 업체에 연락한 결과 배송 중에 분실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 측은 보상을 약속했으나 문제는 보상 범위. 이미 사용한 제품이므로 중고품 혹은 그에 준하는 금액을 보상하겠다고 제안한 것.
하지만 메모리에 담긴 600여 장의 사진 등 소중한 자료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최 씨는 "애초에 물품을 분실한 CJ대한통운이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고 있다"며 "보상 처리마저 한 달여가 지나도록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객센터에서 분실사고를 접수하면 등록 후 14일 이내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가가 50만원 이상의 고액인 경우는 원인 규명과 접수 당시 상품 신고 여부 확인 과정 때문에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상처리 지연도 다반사
보상처리가 늦어져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40) 씨는 택배기사의 부주의로 물건이 분실된 후 4개월째 보상처리가 지연돼 고통을 받았다. 지난 2월 중순 현대택배로 113만원 상당의 액세서리 1천200개를 발송했으나 택배기사의 부주의로 물건이 분실된 것. 잘못을 인정한 택배기사는 '50만원을 배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는 정 씨의 연락까지 피하고 있다. 홈페이지 고객게시판에 문의 글을 남겼지만 묵묵부답이긴 마찬가지였다.
정 씨는 "영업용 물건을 분실하는 바람에 신뢰를 잃을 뻔했는데 4개월이 지나도록 시간만 끌어 이중으로 고충을 겪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택배 서비스로 고가의 물품을 보낼 때는 소비자들이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공정거래위원회 택배 표준약관에 따라 사업자가 손해를 배상할 수 있는 손해배상한도액은 별도 상품가를 기재하지 않는 한 50만원으로 규정돼 있다. 택배 이용 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서 운송장에 내용물과 물품가액을 기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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