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대구 서구 내당 2'3동 일명 '반고개마을'에서는'더 좋은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더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목표는 철거 일변도의 아파트 재개발에서 벗어나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반고개마을에는 '마을애'라는 이름의 커뮤니티센터가 들어선다. 주민이면 누구나 즐겨 찾을 수 있는 마을 사랑방으로 마을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공간이자 이웃간 정을 나누는 곳이다.
마을 골목 곳곳은 LED가로등 거리(100m), 문화골목(바람고개로 1천450m), 벽화골목이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한다. 빈 집을 허문 자리에는 공동주차장을 만들고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텃밭을 조성한다.
'마을'이 도시 재생의 새로운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중심의 고밀도 아파트 개발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개발 계획 단계에서부터 집행에 이르기까지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복원이 그 대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마을공동체 복원은 물질적, 경제적 성장에 치중해 황폐해진 도시 환경과 지역 공동체를 돌아보고 문화와 복지,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인간이 공존하는 삶을 새롭게 모색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왜 마을공동체인가
지금까지 대구 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개발'이라는 천편일률적 공식을 따랐다. 그러나 집값 상승이 막을 내리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재산가치가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세입자는 살던 지역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평균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게다가 대구 주거지 가운데 단독주택 및 다세대'연립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1년 기준 47.6%(43만824가구)에 달한다. 아파트 광풍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민의 과반수 가까이가 저층 주거지에 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저층 주거지 환경이 아파트에 비해 훨씬 낙후해 있다는 것이다. 저층 주거지는 의료, 문화, 주차, 교육, 치안, 쓰레기 처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안고 있다.
마을공동체 복원은 저층 주거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공공에서 지원하는 맞춤형 정비 사업을 통해 우리 동네를 새롭게 되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놀이터, 마을회관, 어린이집, 경로당 등 공동이용시설을 정비'개량하고 담장 허물기, 노후주택 신축 및 개보수를 통해 주민의 삶을 보다 풍족하게 바꿀 수 있다.
◆대구 마을공동체 복원
아파트 위주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폐해가 극심해지면서 서울, 경기도,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 지자체마다 마을공동체 복원 사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만촌동 해피타운 프로젝트'는 주민들 스스로 마을공동체 생태계를 만들고 행정기관에서 기반시설을 지원하는 도시 재생 사업의 모범 답안으로 꼽힌다. 대구시가 지난해 1월 만촌 1'2동을 해피타운 시범 지역으로 선정했으며, 이후 수성구청은 도시가스, CCTV, 주차장 등 다양한 마을 기반 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해피타운의 중심축은 만촌동 옛지명에서 따와'느지마루'라 이름붙인 주민 커뮤니티 공간.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주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주민들은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동네 곳곳에 있는 나대지를 주민들이 직접 텃밭으로 가꾸는 '도시농부' 활동과 마을 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구 비산 2'3동은 '행복한 날뫼골'(11만2000m²'3만3천800평)이라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앞두고 있다. 사업의 목표는 2017년까지 달성토성과 연계한 특색 있고 활기 넘치는 마을을 조성하는 것. 일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지정에 따른 개발제한으로 슬럼화 및 공동화가 심각한 곳이다. 1950년대 지은 주택이 아직까지 수두록하다. 사업의 핵심은 달성토성 둘레 벽화길로 길이 1.2㎞, 높이 3m의 토성 둘레길에 역사문화 이야기를 담은 벽화를 그린다. 또 5개 주제의 공방(工房)을 운영하고 도자기 박물관 및 커뮤니티센터 조성, 마을 축제 등을 기획하고 있다.
동구에는 '옹기종기 행복 녹색마을'이 들어설 예정. 최종 사업지 선정을 앞둔 옹기종기 마을의 콘셉트는 쓰레기 투기 장소 및 도심 흉물로 전락한 빈 집, 나대지를 주민 쉼터나 녹색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다. 대구시와 동구청은 ▷골목길 상자텃밭을 가꾸는 옹기종기 행복로드 ▷상습 불법투기 지역을 녹화하는 양심스테이션 ▷1가구 1화분 그린 홈 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정기 알뜰장터, 분리수거, 음식물 줄이기, 에너지 절약 등 녹색생활 실천 마을로 특화할 계획이다.
◆'주민' 주도 마을공동체로…
마을 공동체 복원 사업은 앞으로도 활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는 남구 대명동'달서구 송현동(1.9㎢), 수성구 만촌동(1.8㎢), 두산동(2.4㎢) 등 아파트 위주의 재개발'재건축이 힘든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마을공동체 사업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당장 마을공동체 복원 사업이 지나치게 관 주도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의 성과지향적 관행이나 마을 특성과 무관한 기존 사례 답습이 무늬만 마을공동체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마을공동체 복원의 최우선 과제는 주민 스스로의 공동체 의식과 사업 실천 의지에 있다. 박영홍 대구 도시재생과장은 "이제 도시정책은 기존 도심을 보존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시 재생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마을공동체 복원 등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하고 종합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확대 추진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주민들의 인식 전환과 실천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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